서울역. 공사중.

서울에 와도 서울역으로, 그것도 혼자 나온 것은 처음이다. 덕분에 여기가 어딘지 감을 잡는 데 한참 걸렸다. 생각보다 서울역에 사람이 많았다. 급히 떠나오느라 표 예약에 오류가 나서 상담원과 열심히 떠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유명한 장소인데다가 주말이기도 해서 서울역은 아침부터 시끄러웠다. 외국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부터 무슨 종교인지 알 수 없는 단체의 홍보까지.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노숙자분들. 대구의 노숙자와는 차원이 다른 포스가 풍겼다. 그것도 한 레벨 높은 급의 포스.

시청. 역시 공사중

사람들로 가득 찼다는 시청의 잔디를 처음 밟을 수 있던 순간이었다. TV에서만 보고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 하지만 썰렁한 느낌이 곧 나를 덮쳤다. 을지로 시작점이다보니 사무실도 빽빽히 들어서있었다.

시청 맞은편의 덕수궁에서 때마침 거리행사를 하고 있었다. 예전의 행진(?) 재연이었던 것 같은데 내일 보려고 했기 때문에 패스(했지만 결국은 못봤음)

여긴 시골?

아니죠, 용산입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이라면 주목적이라고 할 만한 것이 바로 용던 탐방이었다. 실은 아키하바라 같은 느낌을 상상하고 역에서 나왔지만 딱 역에서 벗어나 걸어가니 상당히 노후된 건물들과 상가들. 내가 생각하던 우리나라의 용산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었다. 여기가 컴퓨터의 메카라고 하는 용산인가. 하지만 선인상가쪽부터해서 실제로 들어가보니 부품들과 제품들은 우리나라 컴퓨터의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었다. 내가 아직 벤치도 보지 못한 gtx460시리즈들과 극한 오버를 위한 케이스들과 쿨링시스템. 물론 최근에는 상권이 많이 죽었다고 하고 실제로 모든 가게가 붐비는 것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택배용지와 부품들을 들고 나르면서 옮기는 사람들을 보며 '이것이 살아있는 시장'이라고 느꼈다. 확실히 대구 전자관보다 상권이 많이 살아있었다.

먼저 노리던 청음샵, 국제미디=시코몰로 향했다. 3층 구석에 있는 매장. 청음샵이라기보다 그저 택배발송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곳의 최강점은 정말로 조용하다는점. 그리고 직원들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오픈형이어폰을 노리고 있다면 이쪽으로 오시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제품들 상태는 그럭저럭. 웨스턴 노랭이 폼팁은 다만 상태가 좀 심각했다. 앰프매칭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 헤드폰과 이어폰 비율은 비슷했다.

그리고 신용산역 상가. 이놈의 호객꾼들이 좀 만만해 보인다고 날 자꾸 부른다. 혼자 다녀서 그런가? 한번 어떻게 하는가 떠보려고 일부러 따라가주는척. 헤드폰샵을 가려고 해서 들어온 곳이라 헤드폰 찾고 있다고 하니 중꿔산 5천원짜리를 2만에 팔려고 하는 놈들. 난 그런거 관심 없다고… 카메라점도 상당히 많았는데 역시 한번 떠보려고 노리고있던 a550 + 18-55세트 가격을 물어보니 65만에 해주겠다는 것. 정말로 렌즈포함이라고 물어보니 맞단다. 정품 바디만 70만이 넘는데 어떻게 그 가격에 줄려고 하는거지? 은근슬쩍 병수제품을 넘기려고 하는 건지 여전히 신용이 안가는 곳이다.

헤드폰샵은 상당히 많이 붐볐다. 그리고 좁았다. 사람들도 많은 편. 헤드폰 종류는 다양하고 이어폰은 거의 없다. 헤드폰도 고가형 위주로 구축되어있다. 앰프가 있긴 한데 마음에 드는 모델은 아니라서 좀 아쉽다. 그리고 앰프가 복도쪽을 보는 방면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헤드폰 큰 거 쓰고 청음하긴 조금 쪽팔리는 편.

그 외에도 여러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구경을 했다. 다만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은 신용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반드시 시세를 알고 가야 덤태기 쓰지 않는 곳이라고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