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우리의 비행기는 오후 2시 출발이다. 하네다 출발이었더라면 오전에 잠깐 구경하고 돌아올 생각이었지만 나리타는 가는 시간도 상당하기 때문에 결국 4일째 일정은 모두 포기해버렸다. 그래서 마지막 날은 알람조차 맞추지 않고 느긋이 일어났다. 9시쯤 기상해 식당으로 내려가니 이날은 한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즐겁게 들으며 마지막 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짐을 챙기고 2층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JR바쿠로쵸 역에서 소부선 쾌속 에어 포트 나리타 (나리타 공항 행)을 타면 나리타공항까지 가만히 앉아서 갈 수 있다. 사실 이 전차는 우리가 나리타에서 바쿠로쵸까지 타고 온 소부센쾌속과 동일한 경로를 달린다. 하지만 공항으로 가는 열차에는 에어포트 나리타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그래서 열차시간표를 인터넷에서 확인한 후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전광판에서 쉽게 나리타공항 행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일반쾌속의 경우 치바까지만 가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는 갈아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하라. 또한 이 열차는 한 시간에 딱 한대 온다. 놓칠 경우 시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급한 경우에는 우에노에서 가는 케이세이나 도쿄 역에서 가는 NeX를 이용하길 바란다.

(JR 소부센 카이소쿠(쾌속) 에어 포트 나리타 (나리타 공항 행) 바쿠로쵸 역에서 나리타 쿠코우(공항) 역까지. 1,280엔 1시간 24분 소요)

근 나흘간의 피로가 몰려오는 듯 전차에 타자마자 잠이 쏟아졌다. 하지만 교통수단에서는 쉽게 잠들지 않는 나. 그저 긴 시간 동안 이어폰을 귀에다 꼽고 음악감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여담이지만 이 열차는 치바 역에서 상당히 오래 정차한다. 3~4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계속 문을 열어두는데 기차와 같은 문이 아니라 지하철과 같은 구조라 문을 열면 찬바람이 그대로 다 들어온다는 것이 문제다.

나리타에 다가오면 자신이 입국해서 어느 역에서 전철을 탔는지 기억해내야 한다. 나리타공항에는 2개의 역이 있다. 제2터미널과 나리타공항역. 우리나라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 대부분 종점인 나리타공항 역에서 내리면 되지만 일본항공 등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제2터미널에서 내려야 한다. 이는 항공사에 따라 다르니 확실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나리타 공항역 플랫폼에 내려 1개 층을 올라가면 전철 개찰구가 나오고 당시에는 그곳에서 간단한 짐 검사와 여권 검사를 시행했다. 그리고 지상1층으로 가면 상당히 구조가 복잡한 나리타공항임을 깨달을 수 있다. 공항 주위에 비치된 지도를 잘 참고해서(한국어가 있다) 원하는 항공사 수속 처까지 찾아가길 바란다. 어떻게 설명해주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어찌어찌 해서 상당히 큰 대한항공 수속처까지 가니 왠 일본인 직원이 여권과 티켓을 요구한다. 현지인이라서 그런 것 같은데 솔직히… 한국어를 말하는 것 같긴 한데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다. 여권이라는 단어를 알아듣는데 내가 얼마나 다시 물었는지 모른다. 결국 답답한 내가 대화 마지막에는 알아서 일본어로 '친절히' 대답해 주었다. 다행히 수화물 담당자는 한국인이어서 말이 잘 통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수속을 받고 (소지품 검사 때 또 알 수 없는 이유로 직원에게 걸렸다. 지나갈 때마다 걸리는 것 같다.) 게이트로 나오면 여려가지 상점들이 우리를 맞아주고 있다. 딱히 돈이 남지 않아서(공포의 아키하바라….) 스이카에 남아있는 금액으로 편의점에 들려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오기로 했다. 앞에서 언급했는지 모르겠지만 교통카드인 스이카나 파스모로 편의점이나 자판기의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고 하면 혹시 교통카드 환불을 받을 때 수수료 210엔을 떼고 카드 값 500엔을 돌려주는데 잔액이 210엔 이하면 그냥 나머지만 때고 500엔을 환불해준다. 즉 카드의 금액을 모두 다 소진하면 원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차후에 사용할 일이 있다고 판단, 환불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사온 것. 공항 안에 입점했다고 무지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인 음료수인 '오이오챠'의 경우 일반 자판기에서도 150엔이면 살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180엔에 팔고 있다. 제길 무지 비싸다. 물론 100ml 이상의 액체를 기내에 들고 올 수 없다는 정책 때문이기도 하겠지만(편의점 녹차는 괜찮고?). 옆에 빵은 밤쿠헨(바무쿠엔)으로 간단히 말하면 롤러에 얇은 빵 반죽을 돌돌 말아 구워낸 빵이다. 당시 방영하던 코바토.에서 나온 빵이라 궁금해서 한번 사 보았다. 맛은 그냥 평범.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도쿄 백화점 지하에서 이 밤쿠헨을 직접 구워서 판매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앉아있는 곳은 비행기 탑승구 바로 앞의 22번 게이트. 옆면이 유리로 되어있어 밖을 내다보면 비행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다행히 콘센트가 있어서 노트북을 펴고 무선랜을 잡는데 나리타 공항이라고 적힌 AP가 잡힌다. 우리나라의 네스팟과 같은 것인가 싶어서 연결해보니 인증 페이지로 연결이 되고, 제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영어로 되어있는 페이지에서는 4달러를 지불하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적어두었다. 정말 쩨쩨하다. 그 대신 난 자리를 조금 이동해 카페 근처의 의자에 앉아 AP를 찾아보니 카페에서 제공하는 듯한 AP가 있어서 그것을 잡으니 인터넷이 잘 되었다.

앞의 게이트에서 사람 한 분을 정말 급하게 찾았다. 공항 전역 방송이 수 회가 나갔을 정도로 급한 일이었나 보다. 문제는 여기에 앉아있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모두 일본인이었다. 정말 내가 어떤 감정이 있어서 까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안내방송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해 주었다.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한국어, 영어, 일본어 순으로 방송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국어는 정말로 '대한항공에서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빼고는 단 한마디도 알아듣기가 힘들고(특히 이름 같은 고유명사는 방송할 때마다 명칭이 바뀐다) 영어는 간혹 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음(물론 추측은 되지만)을 보여준다. 얼마나 정도가 심했으면 가장 약한 일본어 방송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것을 느꼈을까?

그렇게 우리는 비행기 탑승까지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