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갯소리로 누마즈에서 국밥을 찾는 사람들이 가끔씩 눈에 보입니다. 그런데 의도치않게 누마즈에서 물붕이 외 일반 한국인을 가게에서 만날줄은 누가 상상을 했을까요.

 

 

 

마리루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츠지 사진관에서 커피를 사서 나카미세를 따라 올라가는 도중, 간단히 간식 수준의 저녁을 먹는게 어떨까해서 가벼운 메뉴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간단한 면 메뉴가 눈에 띄더군요.

 

테우치 소바, 즉 수타 소바라고 적힌 이곳은 일본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소바집이었습니다. 도쿄에서 흔히 보는 체인점 후지소바 같은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비록 런치타임은 아니었지만 모리소바 600엔이면 그렇게 나쁘지도 않고, 가볍게 먹기엔 딱 좋을듯해서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정쩡한 시간대라서 손님이 저희밖에 없더군요.

 

 

무난한 메뉴에 무난한 가격. 누마즈 가게치고는 어떠한 선샤인 굿즈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저는 모리소바를, 친구는 오야코동을 시켰습니다.

 

소바면 튀김이라고 하더군요. 딱 술안주하기 좋은 메뉴였습니다.

 

나이 많으신 주인장께서 메뉴를 만드시는 동안 가게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메뉴판이 있더라구요.

 

한국요리

김치

한국김(흔히 마트에서 파는 양념김)

물냉면

비빔냉면

찌짐('전'의 경상도 사투리)

고구마 찌짐

족발

삼계탕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김치라던지 삼계탕 같은 경우는 그래도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한국요리인데 찌짐이라니!! 파전도 아닌 찌짐!  이건 정말 한국요리를 좋아하시거나 한국에서 오래 살다오신 분인가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날이 꽤 더웠기에 물냉면 되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미 주문이 들어간 뒤라 그냥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메뉴가 나왔습니다.

 

 

평범한 소바. 수타 소바답게 면의 굵기가 제각각이었습니다. 맛은 솔직히 메밀 100%라곤 생각하진 않고 그냥 후지소바 체인점 수준이었습니다.

튀김은 맛있더군요. 각각 조개와 버섯 튀김인데 찐내 없이 안이 촉촉하고 겉은 바삭한 튀김이었습니다.

 

먹는 중 주인아주머니께서 들어오셔서 인사를 하시고, 곧바로 다른 손님분들이 들어오셨습니다. 동네 주민분이신듯 친해보였는데, 아주머니 손님과 주인분이 갑자기 유창한 경상도 사투리와 함께 대화를 나누시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납득이 갔습니다. 메뉴판의 찌짐을 비롯한 한국요리가 존재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친구와 한국어로 대화를 해도 전혀 신경 안 쓰시고 계산할 때도 일본어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희도 일본어로 계산을 했죠.

 

주 : 계산 어떻게 하실래요?

나 : 각각 계산으로 부탁드립니다.

주 : 600엔입니다. (돈을 받고) 감사합니다.

 

음? 정말 우리가 한국인인걸 모르시나? 해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저는 한번 물어봤습니다.

 

나 : (한국어로)혹시 여기에서 거주하시는 분이세요?

주 : 와, 한국에서 오셨어요? 한국분이셨네~. 요즘 중국인들이 많이 와서 중국사람인 줄 알았어요.

 

음 난생 처음 중국인 같다고 들어봤습니다.

그때부터 주인분께서 한국인이 너무 반갑다고 "앉아서 김치랑 나마비루 공짜로 줄 테니 좀 더 있다가"라고 하시며 한국인 특유의 정을 발휘하셨고, 저는 다음 메뉴가 기다리고 있었기에 정중히 거절하였습니다.

그래서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죠.

 

나 : 요즘 관광객들이 많이 오지 않나요?

주 : 그지, 나카미세에 걸린 그 만화 머시기때문에 관광객들 많이 와~(후략)

 

만화 머시기... 로컬 주민들의 아쿠아에 대한 시선 잘 들었습니다. 역시 누마즈에서도 일반인들 인지도는 멀고도 험한 길이네요.

 

인사를 하고 뭔가 모르는 뿌듯함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https://goo.gl/maps/KCKYaeGvtkjd3f329

구글맵 링크

 

혹시나 찾아가실 분을 위해(그리고 국밥대신 삼계탕을 드실 당신을 위해) 지도를 첨부합니다.

 

몰랐는데 여기 말고도 누마즈 다른 곳에도 한국요리를 하는 가게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비록 갈 일은 없었지만 기회가 되면 한번 찾아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