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요코하마 부근은 요코하마의 주요 관광지(미나토미라이)와 거리가 있습니다. 신요코하마역 주변의 유명 명소를 꼽으라면 요코하마 아레나와 닛산 스타디움이 있는데 둘 다 스포츠 경기나 콘서트가 아니라면 굳이 방문할만한 곳은 아닙니다.

이번에 방문한 신요코하마 라멘 박물관도 관광지에 있다기보다는 사무구역 사이에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멀리서 보면 건물 사이에 가려서 찾기 힘들 수도 있으니 구글맵 보시면서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보통 라멘을 RAMEN이라고 쓰는데 RAUMEN이라고 적어뒀네요.



입장료가 있습니다. 어른기준 1일 310엔입니다. 라스트오더는 밤 9시 30분, 폐점은 오후 10시 입니다.

흥미로운 건 6개월, 1년 단위 정기권을 팔고 있는데 상당히 저렴합니다. 그런데 왜 여길 정기권까지 끊어서 들어가야하지? 라는 고민을 했었는데 라면 먹으러 가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양복을 입은 주변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여기에 들어와서 라면 한 그릇 먹고 훌쩍 떠나더군요. 그걸 보고 납득했습니다.



또 재미있는 점은 왼쪽에 일장기와 이탈리아 국기가 같이 걸려있는 것입니다. 뜬금없이 왜 이탈리아 국기인지는 조금만 아래로 내려가시면 알게 됩니다.



들어가면 입점한 점포에 대한 라면 소개가 있습니다. 국물의 기본베이스, 면의 굵기, 국물의 탁도(진한정도)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안내사항은 홈페이지에 한글 번역이 되어있습니다. 뭘 먹을까 방문 전에 미리 고민하셔도 됩니다.

http://www.raumen.co.jp/korea/


여기에서 앞으로 바로 들어가면 기념품 샵이고 왼쪽으로 돌아가서 계단을 내려가야 라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어느것을 먼저 보셔도 상관없을 듯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내려가는 길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미래'라고 적혀있는 걸 보면 여긴 과거로 돌아가는 중이네요.



제가 태어나기도 않은 때인 근대화 이전 옛날 거리를 재현한 모습이 펼쳐져 있습니다. 세세하게 신경써서 만들었는데 아직 놀라긴 이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말 그대로 예전의 모습입니다. 전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풍경. 분명 전 지하로 내려왔는데 큰 골목으로 나온 듯한 뻥 뚤리는 느낌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중앙 계단을 중심으로 가게가 ㄷ자 형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술 등의 음료를 파는 곳도 자리잡고 있습니다.



예전 TV와 레슬링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오래된 TV 프레임 안에 신식(?) 브라운관 TV를 넣어놨는데 이미 브라운관 TV 자체가 유물 취급 받는 시대가 되어버렸죠...


주변을 구경하고 있으면 가게의 점원들이 호객을 합니다. 하지만 전 확실하게 선호하는 라면이 있기에 그걸 먹기로 했습니다. 제가 라면을 선택한 기준은

돈코츠 베이스의 진한 육수, 굵은 면일 것 /  여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특이한 라면일 것


일본 라멘의 국물은 다양합니다. 먼저 육수 [돈코츠/토리가라/교카이/야사이(각각 돼지뼈/닭뼈/해산물/야채)], 소스로 [쇼유/미소/시오/라유/마유(각각 간장/일본된장/소금/고추기름/마늘기름)]로 구분하여 보통 육수와 소스를 조합하여 국물을 냅니다. 예를 들어 돈코츠+쇼유 라던가 토리가라+시오 라던가 야사이+미소 등으로 말이죠. 자세한 건 [위키 링크]에서 여러 가지 구분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단한 구분법은 위의 표에도 나와있지만 돈코츠(돼지뼈)/쇼유(간장)/미소(일본된장)/시오(소금) 등으로 분류합니다. 육수와 소스가 혼재되어 있지만 세세하게 구분하면 길고 어렵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이한 라면이라면 기간 한정으로 입점한 두 가게가 있습니다. 무쿠-즈위테, 그리고 카자루카 입니다. 두 가게의 공통점은 모두 유럽에서 넘어온 라멘 가게라는 것이죠. 무쿠는 독일, 카자루카는 이탈리아에서 왔습니다. 돈코츠 계열의 본좌는 큐슈의 하카타나 쿠마모토쪽이라서 큐슈쪽에 가도 충분히 맛볼 수 있다고 하면 이 라면들을 먹으러 독일이나 이탈리아로 가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그래서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둘 중에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무쿠 쪽에 사람이 많이 있더군요. 여기가 더 나은가보다 생각해서 무쿠로 갔습니다.



본래 여러 곳의 맛을 보기 위해서 '타베쿠라베(비교하면서 먹기)용 미니 사이즈' 라멘을 주문하려고 했습니다. 크기가 반이면 가격도 반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가게마다 가격차이가 200~300엔밖에 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그냥 제 값을 주고 풀사이즈를 시켰습니다.

주문은 가게마다 앞에 있는 자판기로 하는데, 호객하는 점원이 메뉴에 대해서 상세히 안내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무쿠가 독일가게인 만큼 독일의 명물인 소세지요리와 맥주 또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맥주 또한 독일에서 직접 공수해온다고 하지만 그건 세계맥주집도 그러니까요. 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맥주를 먹으면 전 열이 올라서 쓰러질 정도가 되기 때문에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비싸요 맥주 좋아하는 친구가 왔으면 시켜보라하고 한 입 얻어먹었을텐데 말이죠...



가게마다 얼음물, 젓가락, 휴지/물휴지, 추가양념 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물티슈를 기본으로 배치해둔 게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카운터석에선 조리하는 과정을 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데 이미 기름이 많이 묻어서 잘 안 보이네요.



구성은 일반적인 돈코츠 라면입니다. 돈코츠 쇼유라고 적혀있는데 닭육수도 섞여서 엄청 진한 육수 맛은 아니었습니다. 엄청 무겁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살짝 무거운 정도였습니다. 대신 간은 일반 돈코츠 계열이 그러하듯 짜다고 느꼈습니다.

챠슈가 약간 특이했는데 딱딱하거나 아에 덜 익은 챠슈를 내놓는 곳도 있는 반면 여긴 젓가락으로 잡으면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워진 챠슈를 내놓았습니다. 

그것보다 이 라면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면입니다. 굵은 면을 사용하고 있는데 일반 라멘에 쓰는 면이 아니라 스파게티에 쓰는 듀럼밀과 피자용 도우로 쓰는 밀가루로 면을 뽑았습니다. 덕분에 파스타처럼 딱딱하면서도 굵기에서 오는 면의 풍성함이 라멘에서 맛 보기 힘든 면 맛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면 자체의 밀가루맛은 일반라멘면보다 적어 국물과도 잘 어울리더군요. 배도 고팠던지라 순식간에 흡입완료.


왠지 이거 하나만 먹고 나가기는 아까워서 그냥 고민했던 두 가게 모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 다음으로 카자루카로 직행



독일은 둘째치고 이탈리아랑 일본 라멘이 어떻게 어울릴까가 가장 궁금했습니다. 역시 자판기 앞에서 고민하고있으니 기본라멘에 치즈를 넣어먹는 걸 강력추천하더군요. 라멘에 치즈? 그 궁합은 둘째치고 전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주문했습니다. 

주문하고 앉아있으니 면 삶는 정도를 알덴테로 할 거냐 보통으로 할 거냐 물어보더군요. '무슨 스파게티인가?'라고 반론하고 싶었지만 전 원래 딱딱한 면을 선호해서 보통 주문할 때도 '카타'로 주문하기에 당연히 알단테로 했습니다.


그리고 밖에서 공연이랄까, 정확한 명칭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는데, 자전거 위에 극을 전개하는 상자들을 올려놓고 이야기꾼이 옛날 이야기를 말하는 그것을 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보시면 어디서 본 듯한 그런 느낌인데 이걸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끝나고 관객에게 질문을 해 맞추는 아이들에겐 상품을 주기도 했습니다.



끝나고 찍은 자전거. 이것도 옛날 스타일이죠.




계란, 파, 차슈까지는 일반적인데 우동용 어묵, 그리고 죽순이 들어간 걸 보고 앞서 먹은 라멘보다 훨씬 특이한 라멘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가득 담긴 정체불명의 까만 기름. 카라멜소스나 굴소스인가 싶어서 맛을 봐도 딱히 '이거다'라는 게 생각이 안 나는 기름맛이었습니다. 아직까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앞선 무쿠의 굴은 면보다는 보통 축에 드는 얇은 면인데, '이거 그냥 파스타 면이 아닐까?"싶을 정도로 매끈하고 스파게티스러운 면이 나왔습니다. 심지어 알단테라고 하니 진짜 면 안에 심이 살짝 남아있더군요. 그런데도 국물이랑 따로 놀지 않고 어울리는 맛이 독특합니다. 하지만 무쿠에 비하면 깊이가 살짝 부족하게 느껴져서 여기를 먼저 갔다가 무쿠를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물론 다 먹었습니다. 다만 국물까지 다 마시면 나트륨 과다 섭취로 물을 엄청 마셔야할 것 같아서 차마 국물은 다 못마셨습니다.

대충 둘러봤으니 기념품 구경을 가봅니다.



라면 코너에는 여기 입점한 가게 라멘의 레트로트(혹은 인스턴트) 버전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반 컵라면이랑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싼 가격이긴 합니다. 일본어나 한자를 잘 몰라도 간단하게 영어로 제품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전날 컵라면을 박스째로 사지 않았다면 라면을 몇 개 샀을텐데... 아쉽습니다.



그 외에 라면에 관련된 조리기구, 그릇, 그리고 일본하면 빠지면 섭섭한(?) 캐릭터 굿즈들도 있습니다.



라면에 관련된 조리기구나 그릇에 대한 설명, 라면 노점상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그리고 오카모치 하면 생각나는 카렌! 오/카/모/치데쓰요[니코동 링크] 중국집 배달가방. 형태가 조금 다르긴 합니다.



일본 각 지역의 라면을 소개한 코너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냉면이 각 지역마다 다 존재하는 느낌이죠.



그리고 한쪽에 마련되어있는 본격적인 미니카 트랙. 라면박물관에 뜬금없이 놓여있어서 아마 설립자나 운영자가 광팬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홈페이지에는 '박물관 분위기와 비슷한 연대에 유행한 서민놀이'라고 적혀있는데 아무리 봐도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습니다.

어릴 때의 타미야 쌍별을 기억하는 세대로써 반가운 부분도 조금은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박물관 관람은 끝. 이제 본격적으로 요코하마 바다쪽인 [미나토미라이]로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