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스위치 춘추전국시대


한때 체리, 알프스, 후타바 스위치 키보드가 유행하던 시대에 등장한 멤브레인 키보드로 인해 체리를 제외한 스위치 제조사들이 사업을 접은 건 유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기계식 키보드 붐이 일어났고, 특히 체리사에서 제조하던 스위치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체리식 스위치 제조회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글을 적었던 카일(Kailh)축을 비롯해 오테뮤, 게이트론, 콘텐트, 아우라, 그리텍, 노푸, 레이져 등 수 많은 브랜드의 기계식 스위치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 유사축 브랜드 중 가장 유명한 3회사를 꼽으라면 카일, 오테뮤, 게이트론 이 세회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체리축과 같이 축의 색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카일의 경우 적축, 오테뮤의 경우 청축, 게이트론의 경우 흑/축을 가장 많이 추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갈축을 가장 선호해서 카일도 갈축, 그리고 이번에 작성할 오테뮤축 역시 갈축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게이트론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구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하필 한성인가


한성은 별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워낙 선택의 폭이 좁아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오테뮤축이 청축이 유명하다보니 청축은 저렴한 제품에서 많이 찾을 수 있지만 갈축 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그 중 하나는 WONDERLAND archon Type Starter[상품링크], 그리고 이 제품[상품링크]입니다.


두 제품을 비교해보면 폴링레이트, 무한동시입력 등 스펙면에서는 완전히 동일합니다. 심지어 케이블 모양도 거의 동일하며 키보드 보강판도 제품 브랜드를 제외하고 동일한 재질, 동일한 LED, 동일한 심볼 아이콘을 사용해 사실상 같은 중국업체에서 납품받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차이점이 있는데

아콘 타입 스타터는 백색 LED 장착, 2중사출키캡, 그리고 비키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각주:1]입니다.

한성의 MKF40S2는 LED 없음, 일반 ABS키캡(제질은 동일), 비키 스타일, 팜레스트 채용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점 때문에 사용자의 호불호에 따라 제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아마 LED가 장착된 아콘 타입 스타터를 선호하시겠지만 저는 LED를 사용하지 않기에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저는 이번 구매 시 비키 스타일을 원했고 결정적으로 가격이 더 저렴했기에[각주:2] 한성 제품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가격이 얼마 차이나지 않았더라면 아콘 제품을 구매했을수도 있겠네요.


썰렁한 포장




단촐한 포장입니다. 제품이 앞에 그려져있어 썰렁하진 않네요




테두리에 갈축 마킹이 되어있습니다.



상자 덮개를 열면 스티로폼으로 고정된 키보드가 있습니다. 스티로폼은 제품 형상에 맞게 잘 만들어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구성품은 키보드본체와 설명서. 끝입니다. 키캡 리무버나 여분 키캡 하나도 없습니다. 



설명서조차 이게 끝입니다. 뒷 장은 그냥 빈종이..



키보드 레이아웃, 디자인



키보드는 평범한 104 풀 레이아웃 구조입니다. 풀사이즈 키보드의 모범적인 레이아웃이죠.




키캡은 ABS 재질의 일반 사출 키캡으로 글자가 레이저 인쇄가 되어있습니다. 쉽게 지워지진 않지만 지워질 수 있죠. 

키캡 표면은 상당히 미끄러운 편에 속합니다. 너무 맨들맨들해서 기름기가 묻으면 바로 눈에 띄는 재질이라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강판은 단단하며 비키스타일에 따른 고정나사가 눈에 띄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가 그러하듯 스텝스컬쳐 2 구조로 키캡 각도가 적용되어 있고 비키 스타일을 채용하여 측면에서 스위치가 다 드러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태 LED는 고휘도 파란색이며 사진은 상당히 밝게 나왔지만 형광등 아래에서는 살짝 밝은 밝기이며 비키스타일 채용으로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야각에서는 LED가 넘버패드에 가려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고휘도 LED+필터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거슬리지 않으니 아무런 문제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문제의 팜레스트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팜레스트라 자석 등으로 고정이 가능한 탈착식이 많은데 이 녀석은 아에 하우징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점은 팜레스트에 팜, 즉 손바닥이 닿지 않을 정도로 길이가 짧다는 것입니다. 타건 시 손바닥을 닿게 하려면 닿기야 하지만 손바닥을 지지해 손목의 각도를 맞춰주기에는 튀어나온 길이가 너무 짧습니다. 차기작에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네요.




케이블은 적당한 굵기를 채용했고 단선방지, 노이즈필터, 금도금 등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는 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페브릭 케이블을 채용했을 수도 있지만 오염도, 내구도 등을 따져보면 페브릭보단 일반 (Non-)PVC 코드가 더욱 실용적입니다. 탈착식 구조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본 선도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테뮤 스위치가 거꾸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LED 모델의 경우 정방향으로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당연히(?) 스위치 탈착은 불가능합니다




체리식 스테빌라이저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마제식[각주:3]과 호불호는 나뉘지만 전반적으로 마제식이 키감이 더 좋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키캡놀이나 커스텀 작업에선 체리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일장일단이 있는 방식입니다. 제품 페이지엔 윤활을 해두었다고 하는데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네요. 유난히 스페이스바의 스테빌 소리가 거슬리는 편입니다.


이때까지 사용한 기계식들이 모두 마제식이라서 체리식은 처음 사용해보는데 눈에 띌만한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뒷면은 적절히 정돈된 모습이며 뒷면의 높이조절 각도는 크게 높지않고 적당하게 올라갑니다.

대신 뒷면에 사진과 같이 이렇게 기판이 노출되어 있는데 왜 이렇게 구멍을 뚫어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가형이라고 무시하나? 키캡의 상태


제품사진 촬영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키캡의 사출자국이나 마감이 거슬리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건 저가형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손상된 키캡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것 외에도 무언가에 긁힌 듯한 스크래치 등 대다수에 키캡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한성측에 문의를 했습니다만 글 올린지 3일이 지나도 답변조차 없네요. 심지어 전화해서 답변 빨리 내놓으라고 독촉까지 했는데 30분 뒤에 전화주겠다고 해놓고 전화 안 주고 그날 업무를 종료해버리더군요... 한성에 대한 이미지가 또 깎이고 있습니다. 저번 응답하라 키보드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제품 공수력에 대해선 충분히 칭찬하고 싶지만 이렇게 마감이랑 고객응대에서 깽판을 부리면 점점 사기 싫어지죠. 제품 사용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름기가 눈에 띄는 표면처리와 더불어 키캡에 계속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꼬우면 자기내들이 판매하는 키캡 사라 이건가요? 문득 아콘 타입 스타터 제품이 생각나는 순간이었습니다(근데 쿨엔 검색해보면 아콘 스타터 제품도 키캡불량 관련 글이 한둘이 아니던데... 아마 안될거야ㅠㅠ).


여튼 답변을 기다려보고 반품을 하던가 키캡을 새로 받던가 아니면 울면서 그냥 쓰던가 추후 결정되면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서비스센터 입고 후 재고확인 후 이틀 뒤 새제품을 받았습니다. 새제품은 처음 받은 제품보다 키캡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는데 눈에 띄는 긁힘은 없는 수준이지 키캡이 아주 깔끔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제품 특성이 원래 그러한 것 같으니 구매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타건감 및 타건영상

오테뮤 갈축은 나름 호불호가 갈리는 축입니다. 슬라이더의 서걱서걱 소음이 다른 축보다 크고 구분감 역시 확실하며 키압 역시 카일과 비슷한 수준, 즉 힘세고 강한 아침 스위치로 보입니다. 그 대신 소음 역시 꽤 큰 편입니다. 사각사각하는 고음역대의 소음보다는 저음역대의 소음이 크고 스페이스의 스테빌 소음이 유난히 찰칵거리는 편입니다. 


혹자는 청축에서 클릭음만 빠진거나 다름없다고 말하더군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무한입력 테스트[링크]를 해보았는데 스크린샷 촬영 때문에 한 손바닥으로만 눌렀는데 이정도면 무한동시입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촬영한 타건영상입니다.



아래 제가 촬영한 다른 키보드 영상과 비교해보실 수 있습니다.





다 된 키보드에 키캡마감 뿌리기


전반적으로 스펙 좋고 특출한 점 없는 일반적인 보급형 기계식 키보드이지만 몇 가지 흠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것 입니다.


1. 팜레스트 길이 및 탈착

2. 키캡 마감상태


2번의 경우 가격대를 생각하면 납득할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1은 현재로서는 불호 의견이 더 많은만큼 차기작에서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테뮤축 장착제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RGB 등의 LED장착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저처럼 논LED를 선호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쯤 고려해봐도 좋을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1. (보강판은 동일해보이지만 제품 테두리가 보강판보다 높게 둘러싸고있어 비키스타일이 아님) [본문으로]
  2. (실구매가 3.8만원) [본문으로]
  3. (마제식은 스위치와 철심을 이용하여 넓은 키캡을 보조, 체리식은 스위치와 동일한 모양의 스테빌이 좌우에 장착된 형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