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이어가 비싸다면...


애플 번들 이어폰은 항상 무난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이어버드랑 이어팟, 번들이어폰 중에서는 최상급으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였죠.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애플의 인이어 이어폰 역시 번들은 아니지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정식명칭은 Apple In-Ear Headphones with Remote and Mic이지만 기니까 애플 인이어라고 부릅니다. 대략 1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데 듀얼 BA를 사용하여 가격대 이상의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애플 제품이 그러하듯 이 제품도 짝퉁은 무수히 많고 많습니다. 그 중에서 DD나 SR 시리즈(사이렌) BA를 넣은 싸구려 짝퉁이 대다수였으나, 이번에 소개할 이어맥스에서 만든 er600 이어폰은 사실상 애플 인이어와 완전히 동일한 소리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그러나 가격은 단돈 30달러. 알리익스프레스나 ebay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하나 사 봤습니다.




지극히 부품같은 패키징




중국발이라 중국어로 스펙이 적혀있는데 이어폰 스펙을 자주 보셨다면 대충 알아보실 수 있을겁니다.





정전기 방지 비닐팩으로 밀봉되어 있네요. 볼품없지만 아주 안전한 포장이죠.

아쉽게도 패키징은 원본과 다릅니다. 이쁘장한 삼각형 케이스와 이어팁 케이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구성품. pl30에서 본듯한 원형 케이스, 이어팁 3종, 그리고 이어폰이 들어있습니다. Earmax 폰트가 참...




사실상 짝퉁 디자인




본체, 스플리터, 플러그 심지어 마이크까지 모든 게 애플 인이어랑 똑같이 생겼습니다. 케이블 색까지 동일합니다. 차이점이라고 할만한 건 마이크에 적힌 Earmax 로고. 긁어내고 싶네요.


대부분의 짝퉁이 그러하듯 디자인은 완전히 동일합니다만 소리가 어떨지는 들어봐야 알겠죠. 최소한 마감은 상당히 좋고 결합이 부실하거나 헐렁한 곳도 없습니다. 그냥 만져봐서는 짝퉁이라고 하기 힘든 품질입니다.




BA를 확인해보자


제품 구매페이지에서 무려 분해를 해서 듀서까지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놀즈(knowles)사의 60500 듀얼BA/싱글포트 모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60500 모델은 애플에서만 사용하는 부품이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TWFK의 애플 특주품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gre_nada/220608716298


위 링크에서 애플 인이어에 사용되는 BA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BA가 들어간 제품은 MA850 모델로 지금 나오는 ME186과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두 듀서의 차이는 아래 링크 #7에서 찾으실 수 있습니다. 블로그에서는 두 제품의 차이는 극히 작다라고 평을 했네요.


http://rinchoi.blogspot.kr/2013/08/apple-me186lla-budget-wonder-updated.html



분해방법 역시 위 사진대로 중간의 은색 원통만 잡아당기면 쉽게 분해가 되는 간단한 구조입니다.



받은 제품을 분해해보니 제품 설명과 동일하게 놀즈의 60500 BA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듀서는 네트워크, BA, 노즐의 필터까지 모두 일체형으로 완전히 불량이 아니면 불량이 날만한 구조가 없고 그냥 부품 3개(하우징/고무커플링/BA)로 조립이 끝나는 아주 단순한 구조였습니다. 


참고로 좌우 BA의 저항값은 각각 22.1 / 22.4 옴으로 매칭 또한 잘 되어있었습니다. BA는 제품간 편차가 크면 소리가 심하게 틀어져 좌우매칭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신경을 써서 잘 만들었네요.



편의성도 좋다


예전 이어팟 짝퉁을 시켜서 받았을 때 분명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안에 마이크가 없어 통화가 안되는 이상한 제품도 있었는데 이 제품은 마이크도 잘 되는 정상제품입니다. 볼륨조절/재생정지 모두 잘 동작합니다. 다만 아이폰에서만 동작하며 안드로이드에서는 동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팁 재질은 먼지가 많이 묻어있어서 세척을 해야 했지만 적절한 두께와 탄성을 가져 이어폰에서 잘 빠지지 않았고 착용했을때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었습니다.


착용감 역시 원작과 동일하게 가볍고 편합니다. 다만 애플 인이어와 마찬가지로 노즐이 금속이라 정전기가 튄다는 무시무시한 평가가 있는데 이는 조금 더 써봐야할 것 같네요. 손이 아닌 귓구멍에 정전기라ㄷㄷㄷ


이어폰 뒤에 덕트가 있지만 차음성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쓰기에도 무리 없는 차음성을 보이며 소리가 크게 새어나가지도 않습니다.




애플 제품과 동일한 소리


처음 들었을 땐 좌우 밸런스가 달랐습니다. 왼쪽 소리가 크더군요. 아 역시 중국산인가 후회를 하며 저항측정을 했는데 위와 같이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분해를 해서 재조립을 해보니 오른쪽의 고무 커플링과 BA가 결합이 잘 안 되어 있더군요. 다시 조립해서 소리를 들어보니 벨런스가 맞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건 분명한 감점 요인이죠.




출처

http://rinchoi.blogspot.kr/2013/08/apple-me186lla-budget-wonder-updated.html

http://clarityfidelity.blogspot.kr/2016/01/earmax-er600-iem.html


다른 분이 전문장비로 측정한 그래프입니다. 앞의 것은 애플 인이어, 뒤의 것은 er600의 그래프입니다. 사실상 두 제품의 소리는 거의 동일하며 전반적으로 저음이 강한 밸런스형 소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애플의 이어팟과 상당히 유사하지만 중저음이 살짝 더 강한 소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조금 양이 많지만 특이사항 없이 잘 나오는 저음, 평범히 잘 나오는 중음, 적절히 잘 뻗고 답답함이 적은 고음. 소리가 살짝 어두운 느낌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더 코멘트할만한 게 없네요. 애플 제품을 써보셨다면 그만큼 귀에 익숙한 소리입니다.


대역폭이나 해상력 역시 원래 가격인 10만원을 줘도 아깝지 않은 성능입니다. 그 외에 아무리 찾아봐도 흠 잡을만한 것도 없고 원가격을 뛰어넘어 엄청난 성능을 보여주는 것도 없이 무난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저항으로 더욱 완전체가 된다


다만 기본상태에서는 저음이 많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이어팟도 적응되면 들을만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음이 많은 제품이니까요. 다행히도 위의 링크된 2개의 블로그에서 저항특성과 저항을 물렸을 때의 FR 그래프 측정값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듣기에는 33~100옴이 적당했습니다. 아웃도어에서는 33옴, 인도어에서는 100옴을 물려주면 하이파이 기준에도 괜찮은 소리를 내줍니다. 다만 100옴 이상일 경우 전반적인 소리는 더욱 평탄해지지만 10kHz 부근이 쏘기 시작합니다. 저항이 커질수록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커져서 100옴 이상에서는 저항매칭과 eq를 같이 쓰셔야 부담없이 플랫한 소리를 만드실 수 있습니다.




불량만 아니면 정말 괜찮은 제품


다른 제품이긴 하지만 난 짝퉁디자인은 죽어도 쓰기 싫다는 분은 패스하시면 됩니다.

소리와 마감은 정말 마음에 들고 특히 저항어뎁터를 구할 수 있는 분들은 더욱 더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초기불량이 걸리는 바람에 쉽게 추천하기는 힘들게 되었습니다. 다만 인터넷에서는 불량 이야기를 찾을 수가 없어 단순히 제가 운이 나빴을 수도 있습니다.유입경로나 사이트들을 돌다보니 er600 좌우 밸런스 이상이 있는 사례가 몇 개 보이더군요. 조립 QC가 살짝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다만 애플 인이어를 청음해보셨거나 애플 이어팟 소리가 좋았다, 혹은 애플 리모트가 되는 저렴한 인이어가 필요하다, 이를 넘어 저렴하고 괜찮은 흰색 인이어가 필요하다는 분들은 구매를 고려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편함, 그리고 익숙하고 무난한 소리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