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개인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것도 상당히 오랫만이네요. 대부분 트위터를 통해 감정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건 도저히 끝이 안 날것 같아서 블로그에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글 또한 영원히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그리고 그 말은 결국 현실이 되었습니다. 최하단 참조). 저도 이쪽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틀린 내용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헤드라이너라는 프로그램은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엠넷에서 DJ를 놓고 서바이벌 시키겠다는 프로그램입니다. 워낙 안 알려지기도 했고 방송사에서 별 관심조차 없는듯해서 묻히는 프로그램이지만,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주로 듣는 저에겐 상당한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다음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HEADLINER


감정표현과 글 작성의 용이함을 위해 이하 반말어투를 사용하였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이하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지만

방송을 찾아서까지 볼 가치가 매우 적어서 

그냥 읽으시고 그래도 궁금하시면 방송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상당히 어이가 없었다. 진짜 이걸 왜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야만 했는지. 이제 글 제목과 같은 총체적 난국, 망했어요, 무관심 등에 대해서 까보기로 하자.


무관심 - 프로그램이 성의가 없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DJ에 대해서 얼마나 알까? 그냥 클럽 앞에서 음악 틀어주는 사람으로 알고있을 사람이 많지 않을까? 최근엔 많은 연애인들이 DJ라는 걸 하고있으니 장비를 만지는 걸 많이 봤지만 정말 DJ가 뭘 그렇게 하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DJ, 특히 일렉트로니카 장르에 대해서는 클럽 등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즐길 수(주로 춤을 춤) 있도록 곡을 선곡해서 그 곡을 이어서 하나의 곡처럼 들리게 하는 걸 하는 사람이다. 곡을 이어서 하나의 곡처럼 들려준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 사람들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을 뿐이다. 거기에 스크래치나 이펙트들은 보너스로 들어가는 것이다. 근데 이런 가장 기본적인 설명같은 건 방송에서 찾을 수 없다. 뭐 Get it gear 등의 프로그램에서 보고 다 알거라 생각했는건가?


그리고 DDJ, CDJ 등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이것 또한 뭐지 하는 사람이 많을것이다. 방송에서 CDJ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나오는데 이거에 대한 설명은 내가 못 본것인가. 단 한번도 제대로 나온 적이 없다. 하나의 예시로 정말 간단히 설명해보자.



여기 보이는 기계들 중에 좌/우 4개 동그란 원판 달린 게 각각 CDJ다. 왜 CDJ인가하면 CD를 넣고 DJ를 하는 거라는 Pioneer의 브랜드명이다(물론 요즘은 CD를 직접 넣지 않고 USB 꽂아서 파일을 읽는다). 중간에 있는 건 믹서다. 저거 다 별매고 가격도 꽤 한다.




그에 비해 이분이 쓰는 건 DDJ(트렉터)다. 위에 잘 보면 맥북이 놓여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이건 반드시 컴퓨터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위의 CDJ 2개랑 믹서가 하나가 합쳐진 형태로 비교적 싸다. 그리고 저분이 쓰시는 모델은 사이즈가 작고 기능 또한 간소화된 게 많아 더 싼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이걸 과연 설명없이 알아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도 실제로 보지 못하고 궁금해서 찾아본 지식이다. 만약 저걸 안 찾아봤으면 영원히 몰랐을거다. 몰라도 된다고? 그래도 재밌을까? 난 이런 거 알려주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특히 실수할 때 cue버튼이라던지 핸드싱크(※)라던지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뭐가 잘못되어서 이런 결과가 나오는지 일반 시청자들이 이해하기가 쉬울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핸드싱크란 무엇인가


DJ라면 당연히 잔잔한 처음 간주부터 트는 게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잘 이어서 분위기를 이어나갈 것이다. 이 하이라이트를 잇는 작업이 바로 DJ의 본질이다. 이걸 위해 DJ들은 하이라이트 부분을 표시(cue)해두고 타이밍이 되면 이를 자연스럽게 다음 곡으로 전환한다. 이게 DJ의 기본적인 테크닉이다.


문제는 이 작업은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고 못하면 실수로 이어진다. 실수하면 쪽팔리니까 실수는 피하고싶을 것이다. 그러니 미리 곡을 전부 원하는대로 '잘라놓은' 다음 이어붙혀서 타이밍이 되면 DJ하는 것처럼 흉내만을 내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예능 프로그램 카메라 원본을 내가 실시간으로 이어붙히는 것이 아닌, 이미 다 편집된 방영본을 가지고 실시간으로 이어붙히는 흉내를 내는 것이다.

비트매칭조차 미리 다 해놓기 때문에 DJ는 그냥 앞에 서서 재생 버튼만 눌러주면 미리 작성한 대로 곡을 다 플레이한다. 얼마나 편한가. DJ가 원래 무대에서 해야 할 일을 미리 다 해놓은 것이다. 이런 행위는 컨닝을 넘어 DJ사이에선 금기시에 가까우며 실제로 저걸 하면 상당한 욕을 먹는다. 이번 방송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진실은 저 넘어에





심지어 곡 제목도 틀린다. Monsta의 Holdin On(Skrillex Remix)로 게임에도 등장하는 아주 유명한 음악이다. 그런데 저긴 영 딴곡을 적어놨다. 심지어 인터넷 노컷 캡쳐인데도 수정조차 안되었다. 고치고자하는 의지조차 없어보인다.



총체적 난국 - 이거 대본아냐?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까보기로 하자. 대망의 클라이막스에서 USB 오류라면서 스테이지를 포기하질 않나, 음악 성향이 안 맞다고 미션 하차하겠다 해놓고는 결국 잘 해내서 결승 나가질 않나. 너무 어이없는 일들만 일어나서 '이거 대본 아니냐'하는 말까지 나왔다. 내가 한 말이 아니다.


너무 길어서 번호를 붙여햐만 했다.


1. 어이가 없는 기술적 문제




마지막에 스케줄원이 내던저버린 USB, 아니 외장하드의 캡쳐다. 


분명히 말하지만 저건 USB메모리가 아니라 SSD형 외장하드다. 


저렇게 테이프를 감아두긴 했지만 COB방식의 메모리에 비해 저런 커넥터로 연결되는 외장하드는 애초에 다른 장치다. 자료를 저장하지만 다른 장치로 볼 수 있다. 범용성이 떨어지고 인식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15년 경력이라는 사람이 저거 인식률 나쁜 것도 모르고 저걸 결승 무대에 들고갔다? 심지어 백업 장치도 없다? 저게 모두 진실이라면 저분의 결승의지/자질이 의심된다. 저렇게 쓸 바에 그냥 DDJ 쓰겠다.


이건 다른 분들이 몰라서 간과하는 부분일 수 있으니 그냥 넘어가로록 하자.



2. DJ는 무조건 클러버[각주:1]을 신나게 해야하는가?



영상을 짧게 넘겨가면서 이 DJ가 무슨 음악을 트는지 한번 들어보자. 하나도 안 신날것이다. 그야 EDM을 안 틀었기 때문이다. 근데 뒤에 사람들 보면 잘 논다. 


이 영상은 유명한 DJ 플랫폼인 보일러룸(Boiler Room)의 영상이다. EDM을 신나게 까는 사람들이 그 반대로 드는 예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헤드라이너에서 늘상 틀어댔던 베이스 빵빵 터지고 강렬한 사운드가 아닌 그에 비해 상당히 재미없게 들리는 음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의 왜곡된 클럽문화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 클럽에서 보일러룸같은 음악 틀면 DJ 짤리고 사람 다 나간다. 어쩔 수 없이 DJ는 싫더라도 빵빵 터지는, 점프 방방 뛸 수 있는 음악을 틀어야만하고, 손님들은 그것만이 클럽음악이지 라고 생각하는 악순환이 이어저 결국 여기까지 왔다. 

우승자인 킹맥도 파이널에서 잔잔한 곡인 Earth Wind Fire의 September 같은 다양한 스팩트럼을 선보이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쉬어가는 듯한 음악에 불과하고 결국은 시끄러운 노래로 나간다. 이게 결국 관객을 즐겁게 하는걸 자기도 알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마이너한 장르를 트는 분들은 관객의 흥미를 못 끌고 바로 서바이벌답게 잘라버린다. 바가지의 경우 하우스테크노 계열만 틀면 지루하다 소리를 듣지 않나, 샤넬의 경우 하우스 DJ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선곡과 안정된 믹싱을 보였지만 재미없다고 짤라버린다. 그리고 TAK의 경우 한국가요+안시끄러움 등으로 서바이벌에서 광탈하는 지경에 이른다. 사람들이 재미없다고 잘못 알고있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를 나무랄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은 방송을 꾸린 엠넷이다. 이런 고정관념에 쌓인 걸 깨려고 하는건지, 아님 고정관념을 굳히려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럴거면 바가지, 샤넬, TAK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넣질 말던가. 아니면 그들에게도 기회를 충분히 주던가 해야하지. 이건 다양한 사람 뽑겠다고 광고해놓고 이과 나온 사람만 뽑겠다는 기업채용같다. 이건 잘못되었다. 




3. DJ는 춤을 춰야 하는가?


외국 DJ인 아난의 경우 내공이 가득한 스크래치와 패드버튼 테크닉을 보였다. 그런데 역시 비중은 낮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 결국 떨어졌다. 중간에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디제잉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꾸 나보고 춤추라고 한다라는 말이 절정을 찔렀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최근 EDM 계열 음악을 틀어대는 DJ들에 대한 비판과도 일치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Deadmau5의 버튼푸셔(Button Pusher)다. 즉 얘들은 DJ라고 하면서 그냥 cue 맞춰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것밖에 안 하고 나머지는 춤추고 앉아있다는 비판이다. 


DJ를 악기의 연주자, 혹은 작곡가로 볼 것인가. 단순히 곡을 섞는 작업자인가, 아니면 연애인과 같이 자신을 내새우는 직업인가. 이는 아직 논란이 많은 항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알티가 미션 포기하겠다는 것도 이런 논란과 유사한 맥락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다음 항목에서 다시 다루도록 해보자.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연애인과 같이 버튼 눌러놓고 앞에서 멘트하고 춤추고 하는 것은 좋게 보지 않는다. 특히 중간에 논란이 된 핸드싱크 또한 마찬가지다. DJ라면 해서는 안될 것을 하는 것이다. 그럴거면 DJ가 아니라 행사 호스트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4. DJ는 프로듀서 혹은 아티스트인가?









이 부분에서 많은 의문을 느낀 분도 많을 것이다. 그냥 믹싱해줄 수도 있지 꼭 자신이 음악을 창조해야 하는가?


여기보다 DJ와 프로듀서 경계에 놓인 사례는 TAK이다. 이분은 DJ라기보다는 작곡가, 그리고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퍼포머에 가깝기 때문이다.




TAK이면 탁이지. 왜 DJ 탁이라고 붙히는지. 이 방송의 DJ 접두어가 심히 거슬린다.


런치패드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이라면 이 때 TAK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갈 것이다. 본래 음악을 이어붙히게 만든 CDJ 장비에 비해 런치패드는 버튼에 스스로 매핑(지정)을 해야하는 엄청난 노가다 작업이 필요하다. 즉 이런 즉석 디제잉에는 어울리지 않는 장비다. 



망했어요 - 작성자가 글 작성을 포기할 정도로 노잼+인지도없음




작년 11월 9일에 작성하다 시간이 늦어 작성을 멈추고 취침했는데, 그 뒤로 도저히 이 글을 다시 적을 의욕이 안 생기더군요. 내가 왜 이 고생을 해서 글을 적어야하는지, 프로그램도 망해서 조기종영필이 나는데다가, 시즌2가 나와도 여전히 무관심일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본래 계획하던 글은 이 글의 2배 이상의 길이를 예측했고, 스크린샷과 분석글을 편집까지 해두고 정리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그냥 황급히 마무리짓고 글을 맺으려고 합니다. 철저한 원작고증 DJ를 방송에 내주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방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은 프로그램입니다. 





  1. (Club+~er, 클럽에서 노는사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