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vs 천원
전자기기는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작년 4월 말. 당시 저는 베가 R3를 사용하고 있었고 베가 No.6이 보자마자 이건 질러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큰 폰 탓인지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다가 대구 동성로에서 할원 7만원에 판매한다고 하더군요. 사실 살 생각없이 친구 따라서 갔는데 나도 모르게 계약서를 쓰고 있더군요.
간단한 베가 넘버식스(Vega N6), 약칭 베남식 사용기
당시 그래도 최신 폰이라고 62요금제 3달, 신규였기에 사실상 유지비는 30만원 정도 되었습니다. 아마 30만은 안 넘었던 것으로 기억하네요.
그렇게 받은 폰을 하루 썼을까. 판매자는 말을 바꾸더니 유지비가 7만원 가량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개통철회를 할까 하다가 서로가 조금 물러나서 2만원에 퉁치고 그냥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게 얼마전까지 제 메인을 담당하던 베남식, 왼쪽의 검은색이었습니다.
문제가 없던 폰은 아니었습니다. 고질병인 GPS로 수리를 4번 받았습니다. 화면에 흰 점이 생기는 등 화면도 3번 교체하였죠. 배터리는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고 무게는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제 손에는 큰 폰이 맞았던걸까요. 이때까지 썼던 폰들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이상은 꼭 있었는데 이 녀석은 치명적인 단점이 없었습니다. 사소한 단점 몇 가지는 있었지만 참고 쓸 수 있었던 유일한 폰이었죠.
그 동안 작은 폰들, 뷰 시리즈와 G시리즈, 아이폰도 써봤지만 큰 폰에 익숙한 저는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렇게 이 녀석과 1년 3개월을 보내다 최근에 비슷한 크기로 지프로2로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7월 2일. 인터넷에 생각지도 못한 기종이 나옵니다. 디플에서 베남식을 1천원에 '기기변경'으로 푼다는 것이었죠. 마침 디플 앞을 지나고 있었던 저는 들어가서 문의합니다. 핑크 딱 하나 있더군요. 핑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제 명의로 개통하려다 아버지 명의로 변경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버지는 12년 장기가입자입니다. 위약2 10만이 붙지만 이걸 해지할 일이 없으니 낼 일도 없죠. 거기에 통화량이 월 1천분 되는 아버지는 T끼리 35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게십니다. 요금제 또한 바뀔 일이 없죠. 결국 이 폰의 최종 유지비는 1천원+5.9% 이자가 되었습니다.
똑같은 폰을 누구는 30만원 가까이 주고 가져오고 누구는 1천원에 가져옵니다. 불과 1년 사이에 폰 가격이 사라진거나 다름없습니다. 그리고 전 베가의 2포트 충전기, usb 케이블, 이어폰, 배터리 2개, 액정보호필름, 그리고 부품용으로 쓸 수 있는 완제품 폰을 얻었습니다. 아, 사은품으로 플립케이스도 받았군요.
주절주절 쓰다보니 두서가 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이 말만큼은 하고싶습니다.
전자제품의 가격, 특히 폰의 가격은 언젠간 떨어지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니 사고싶을 때 사고싶은 폰을 사 쓰세요.
요즘 나오는 폰들 중에서 못쓸만한 건 없으니까요.
베가가 조만간 매각되거나 사라진다는 말이 돌고있더군요. 전에 사용했던 KT텍의 전례를 보아할 때 당장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겁니다. 하지만 저도 LG폰으로 넘어온 만큼 사람들 기억속에선 베가가 사라지면 점점 잊혀지겠죠.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