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nebloks, 그냥 잊어버리세요
환경보호를 위해 조립식 폰을 만들고 싶다는 디자이너의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래쪽에 이 짤방을 붙혀드리죠
뭐 위 짤이 과장된 면이 있긴 하지만 제가 볼 땐 위 동영상은 그저 '아이디어', '컨셉' 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1
제가 여러 말을 주저리주저리 적으려고 했는데 유튭에 제 의견과 유사한 동영상이 이미 있더군요
위 동영상은 대중적인 시각에서 설명되어있기 때문에 조금 더 살을 붙혀보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실진 모르겠지만 휴대폰은 이미 "모듈화" 되어있는 제품 2입니다. PC와 비슷하게 CPU, 카메라, 스피커, 배터리 등을 "조립"할 수 있는 구조이죠. 가장 유명한 예로 "삼성 갤럭시 S4"의 디스플레이를 깨먹었더라도 메인보드, 카메라, 배터리, 안테나, 스피커 등은 모두 정상동작하므로 교체할 필요가 없고 디스플레이와 외부유리만 바꿔주면 됩니다. Phonebloks에서 말하는 단지 스크린이 깨졌다고 폰을 버리는 쪽이 바보라는 것이죠.
하지만 왜 그걸 사용자가 임의로 바꿀 수 없는 것일까요?
이유는 아주 많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싸고, 얇고, 작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소켓 방식이 BGA로 넘어가고 일반 구리선 케이블이 리본 케이블로 바뀌고 여러가지 장치를 하나의 메인보드위에 올리는 작업 모두가 싸고, 얇고, 작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사용자가 위 부품들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부품의 재질, 내구성, 기판의 보호,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 누전-감전 가능성, 외부요인에 의한 급작스런 셧다운(탈거)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며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위 동영상에서 보는 것과 같이 그저 레고블럭을 갈아끼우는 난이도로 제작되는 제품이 아닙니다. 단지 부품들을 모아서 조립만 해서 동작할 것 같으면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팔고 있겠죠.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심지어 규격이 완벽히 호환된다고 해도 어느 제품에서나 최적화는 존재하고, 제품 개발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런 모듈형식을 상용 스마트폰과 유사한 성능을 내게 하려면 대기업에서도 선뜻 하기 힘든 비용과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현시의 기술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위 동영상에서는 LCD나 프로세서 유닛을 단지 2 input 2 output 커넥터로 구현하고 있는데 이 중 하나의 셋트는 전원 공급만을 위해서 제공되며, 단 1x1만이 데이터 전송에 사용한다고 보는 게 맞겠죠. 물론 핀 갯수가 적으니 DC+AC 신호를 복합적으로 전송한다고 가정한다면 2x2도 가능한 이야기긴 하지만 휴대용 기기에는 적용하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보통 LCD의 경우 터치패널, 백라이트 유닛, 화면 구성 정보 등을 담은 핀이 수십개가 필요하고, CPU의 경우 우리가 PC에서 보듯이 최소 수백개의 핀이 필요한 부품입니다. 이를 1 input 1 output 구조에 담으려면 새로운 bus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에 들어가는 부품이 추가적으로 드는 것=단가상승은 물론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게 됩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PC의 저장장치를 예로 들면 82개의 핀을 가진 PCI-E 3.0 규격의 경우 초당 985x16=15760MB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핀 갯수가 7개인 직렬버스인 SATA 3 버스를 보면 고작 600MB도 얻기 힘듭니다. 지금의 처리속도가 1/25로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럼 누가 그걸 살까요? 교체 못 해도 그냥 25배 더 빠른 제품을 사고말겠죠. 3
아이디어 자체는 참 재밌습니다. 휴대폰쪽에서 하는 우스갯소리로 "삼성의 성능, 소니의 디자인, LG의 디스플레이, 노키아의 카메라, 애플의 배터리, 팬텍의 가격을 합치면 참 좋을텐데"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좋겠죠. 하지만 왜 그렇지 못하냐구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존재했던 많은 조립식 휴대폰들, 그 밖에도 조립식 노트북, 조립식 태블릿 등이 왜 모두 시장성을 잃고 사라졌는지 알아보면 답은 금방 나올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