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뜬금없지만 갑자기 써보고 싶어서 쓰게 되었습니다. 

 

수원 차량등록사업소. 차 인수할 때 찍은 사진

1. 왜 아반떼 AD인가?

이 차는 중고로 샀습니다. 아반떼가 AD, AD 페이스리프트, CN7로 오면서 디자인은 급변했지만 전 여전히 AD 디자인이 역대급으로 좋습니다. 당시 광고 캐치프레이즈인 "SUPER NORMAL"이라는 단어가 아주 잘 어울리는 차량이죠.

 

차량 구매에는 짧은 스토리가 있습니다. 본래는 같은 회사를 다니는 친구가 끌고다니던 차량이고 어느날 갑자기 차를 팔고 싶다고 단톡방에서 말을 꺼냈습니다. 마침 이사 후 경기도의 절망적인 대중교통에 불편을 겪던 시절 & 친구랑 몇번씩 얻어탔던 차였기 때문에 제가 미끼를 덥석 물었고, 1주일 뒤 간단한 점검 후 현찰로 거래를 완료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문득 차량을 바꾸고 싶은, 흔히 말하는 기변증이 생기긴 하는데 결국 무한루프 끝에는 아반떼가 있습니다.

현재 차량을 고려할 때

- 3~4시간 고속도로 논스톱 주행에서 허리를 박살내지 않는 승차감

- 또한 고속도로에서 치고나갈 정도의 성능 & 안정성

- 그럼에도 사회 초년생의 지갑을 구멍내지 않는 유지비

- 튀지도 않고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은 디자인

 

그리고 저는 SUV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아반떼 - 소나타 - 그랜저 이 3가지 차종으로 압축되었고, 특히 차량은 어디까지나 소모품이라는 제 생각을 더해 결국 가성비가 뛰어난 아반떼로 정리되곤 합니다. 물론 아반떼 스포츠(N라인)도 눈길이 가긴 하지만 이걸 설명하려면 2번째 단락으로 넘어갈 때가 됐군요.

1년에 1번 세차하는 날

2. 왜 준중형 디젤인가?

아반떼 AD 디젤이 출시될 시기만 하더라도 유럽산 디젤 세단이 인기를 끌 때였고, 국내 차량제조사들도 디젤 세단을 여러종 출시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의 디젤게이트 사건과 배기가스 규제의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던 시절이죠.

하지만 이건 앞선 차종의 고민과는 달리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장거리 주행 가능한 전기차가 시장의 절대다수가 되지 않는 이상 고속도로 주행에서 이 이상의 가성비는 찾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연비가 깡패인 것도 있지만 추월에 필요한 토크가 충분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당장 아반떼만 하더라도

- 1.6 GDI : 가속력이 좀 답답함

- 하이브리드 : 그돈씨 소나타

- 1.6 터보 : 딱딱한 승차감, 연비보단 성능 위주의 셋팅

 

특히 시장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GDI 모델을 구매 전에 비교시승을 꽤 했었고, 다른 친구도 AD GDI 차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차가 안 나갑니다. 정말 징하게 안 나갑니다. 소나타랑 비교하면 고속에서는 힘이 딸리는 것이 확연히 느껴지더군요. 주로 고속도로에서 가속이 필요한 80 → 110km/h 영역에서 같은 디젤차종과 비교하면 1차로 추월이 상당히 버겁습니다.

그런 반면에 디젤은 규정속도 내 구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가속성능이 나옵니다. 스포츠카처럼 몸이 뒤로 젖혀지는 성능은 아니지만 최소한 뒷차에게 쌍라이트 맞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참고로 연비는 평균 19키로 정도 됩니다. 시내주행하면 평균 12~13키로, 고속도로 주행하면 왠만하면 20키로는 가볍게 넘깁니다. 정속 연비주행이 아니라 1차로 추월을 충분히 하는 상황에서 말이죠. 참고로 저는 굉장히 밟는 스타일입니다.

차계부 작성한지 얼마 안되서 이전 기록이 없습니다.

3. DCT, 괜찮아요?

아니오. 이 차를 바꾸고 싶다는 이유중의 4할 이상은 DCT가 차지합니다. DCT(Dual Clutch Transsmission)는 자동화 변속기로, 자동변속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흔히 DCT, 특히 현대기아차의 건식7단 DCT의 단점으로 자주 거론되는 변속 충격이 심하다, 크리핑 시 과열된다, 클러치가 빨리 닳는다 등의 문제는 별로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동변속기인데 클러치가 자동이라는 느낌으로 조작하면 높은 직결감과 단수가 올라가는 재미, 적극적인 엔진브레이크 구사 등이 가능해서 디젤임에도 운전의 재미가 쏠쏠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제삼고 싶은 것은 변속 동작 로직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디젤엔진이 토크가 가솔린보다 큼에도 불구하고 일단 조금이라도 경사로가 나오면 기어를 1단 내리고 시작합니다. 내가 엑셀을 덜 밟기 때문에 rpm이 안 올라가는건지, 아니면 정말 힘이 모자라서 rpm이 안 올라가는건지 구분하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가속페달을 밟고있는데 rpm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1단을 내립니다. 저속으로 언덕길, 특히 지하주차장 올라갈 때는 계속 기어가 3→2→1로 떨어지면서 rpm이 치솟으며 기어가 떨어지는 동안 엔진이 공회전을 하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결국 언덕길 올라갈 때마다 기어를 수동모드로 바꿔서 홀드시켜야 하는 것이죠.

 

두번째 문제는 2단 변속속도입니다. 정지상태에서 바로 엑셀을 밟아 1단으로 20km/h에 도달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브레이크에서 밟을 때서 4~5km/h로 크리핑을 하는데 기어가 벌써 2단으로 들어가 있있습니다. 문제는 이 상태는 2단이 들어간 게 아니고 "2단 상태에서 반클러치를 밟고 있는 상태"라는 게 문제입니다. 이 상태에서 서서히 가속을 시작하면 10km/h 도달 전까지는 차가 덜덜덜 떨립니다. 마치 기어변속을 너무 일찍해서 rpm이 1천 밑으로 떨어질때 차가 떨리는 바로 그 느낌입니다. 물론 여기서 시동이 꺼지면 안되니 변속기는 다시 반클러치 모드 ↔ 클러치 뗀 모드를 반복하며 속도가 오르길 기다리죠. 이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반클러치는 클러치를 갉아먹습니다. 7단 DCT 오너들이 6~8만km을 타면 변속기 말뛰기 현상때문에 클러치+오일 교환을 하는게 바로 이 망할 로직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동 변속기 로직을 이해하고 출발시에 반클러치를 사용하지 않도록 조작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제 차도 거의 9만을 탔지만 2단에서 클러치가 미끌어지는 현상이 없이 새차 상태와 거의 동일합니다. 그런데 어느 누가 DCT를 자동변속기라고 생각하지 이렇게 신경써가면서 탈까요? 정차 후 출발 때마다 신경을 써야하는 건 스트레스입니다.

 

그리고 사소한 문제로 수동모드가 완전 수동은 아니라는 것도 있습니다. 엑셀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어 변속이 잘 안됩니다. 가끔씩 레브매칭 문제인지 변속충격이 유독 심한 때가 있습니다(3→4단 넘어갈 때). 이건 문제라기보단 특성에 가깝긴한데, 뭐 자동변속기 대비 분명한 단점인건 맞습니다.

친구가 촬영했습니다. HUD는 사제 커스텀입니다

4. 다른 단점은?

- 진동/소음

디젤 덜덜거리는 건 뭐 다들 아실테니 넘어가겠습니다. 9만키로쯤 오니까 슬슬 진동이 많아지네요. 다만 예전보단 신경을 많이 써서 핸들이나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정차 시 특유의 걸걸거리는 소리, 문이나 내장재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역시 다음엔 디젤 차 못 타겠다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디젤 공통의 겨울철 소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열 받기 전에는 달구지 소리납니다. 진짜 엔진 퍼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끄러운데 10분만 달리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평소랑 똑같습니다.

 

- MDPS(핸들 조향)

제가 잠시 몰아봤던 예전 소나타들, 특히 YF의 그 망할 1세대 전자핸들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근데 너무 젊은층 & 시내주행 위주로 설정해서 그런지 핸들이 너무 가볍습니다. 차라리 게이밍용 G27이나 T300RS로 유로트럭 게임할 때 느낌이 더 실제 차량 같습니다. 스포츠모드로 하면 좀 무거워진다는데 무겁긴 개뿔. 그냥 뻑뻑해집니다.

그것보다 문제는 소음입니다. 다른 차(특히 SM5)의 왱왱거리는 모터소음이 아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핸들조향 시 끼익, 끼리릭하는 체인 소음이 들립니다. 블루핸즈 갔더니 종특이라네요? 기온이 따뜻하면 소리가 안 나서 그냥 타긴 하는데 불안한건 사실입니다.

 

- 주행소음

지금 타이어는 한타 벤투스S2 AS(225/45R17)인데, 번들타이어때는 노면소음이 경차 수준이더니 이거랑 마제9(금호타이어 마제스티9 솔루스 TA91) 끼워서 탈 때는 좀 낫습니다. 그래도 소나타/K5랑 비교하면 고속도로 주행소음은 꽤 시끄러운 편입니다. 풍절음은 평범합니다.

잡음은 아직 안나는데 A필러쪽 잡음이 여러 차에서 이슈더군요. 제 친구도 이걸로 고통받고 있었구요.

 

- 시트

차 시트는 주로 차 급을 많이 따라갑니다. 아반떼 시트는 딱 돈값만 하는 수준이라서 사실 장거리 주행에 크게 편하지 않습니다. 근데 요즘 차들이 통풍이니 전동이니 해서 G80을 타도 시트가 딱딱하고 편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는 3세대 K5 시트가 가장 몸에 맞았습니다. 예전에는 2시간 이상 연속 주행하면 허리가 조금씩 아팠는데 운전자세를 바꾸고는 요즘 4시간 까지는 무난하게 가고있습니다. 시트보다는 자세가 중요한 거겠죠?

내구성은 슬슬 시트 가장자리가 벗겨지고 좌판에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는 가죽왁스 발라가면서 광택내고 거러던데(내 친구 중 한 명) 전 그렇게는 못하겠더라구요. 여름엔 땀도 많이 차는데 통풍이라도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란티스 마츠리 2019 뷰잉날. 메가박스 동대문

5. 좋은점은?

- 출력이랑 연비는 앞에서 언급했으니 패스

여담이지만 얼마전에 -17도까지 떨어진 날 엔진시동 3번 만에 걸리는 거 보고 감탄했습니다. 디젤이 이렇게 시동이 잘 걸린다고?

연비는 좋지만 기름통이 작아서(45L?) 주유하는 빈도는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저는 보통 800km쯤 타고 주유합니다. 요즘 유가 기준(1,150원)으로 대충 4만원 정도 나오는 거 같네요

 

- 옵션

그래도 친구가 선루프 뺀 풀옵 사양으로 뽑아와서 있을 건 다 있습니다. 헤드라이트는 요즘 유행하는 LED는 아니지만 HID라 충분히 밝습니다(하이빔은 전구라는 게 안습). 와이퍼는 오토모드가 없긴 하고 Interval만 조정가능하지만, 오토모드 제대로 되는 걸 못봐서 전 인터벌 기능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TPMS도 제 목숨을 한 번 살려줘서 반드시 있어야 할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은 날이 너무 추워서(-15도) 오작동한거긴 하지만요

순정네비 쓸만하고 JBL 오디오 괜찮습니다. 그랜저 IG 번들보단 낫더군요. 통풍시트는 신세계고 열선은 한 번도 안 써봤습니다. 전 요즘 유행하는 그 길쭉한 네비가 별로 안 땡겨서 지금 8인치 사이즈가 딱 맘에 듭니다. 아래는 안드로이드 오토 연결한 화면입니다. 빨리 티맵 정식출시 해줬으면 좋겠네요

 

 

- 실내공간/트렁크

현기가 동급최강 공간 잘 뽑는 말은 사실입니다. 4인 가족을 태워도 카시트를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충분히 장거리 주행이 가능합니다. 트렁크는 뒷자석 폴딩하면 뭐 왠만한 건 다 실을 수 있더군요. 물론 짐을 많이 실는다면 당연히 SUV로 가셔야겠지만요. 

 

- Auto Stop(ISG)

옵션에 있으니 켜지긴 하고, 생각보다는 잘 됩니다. 워낙 호불호가 큰 옵션이고, 주변에서는 타자마자 끄고 주행하시더군요. 

영상일때는 왠만하면 작동하고 3분 정도는 잘 버티더라구요. 차 인수받은 직후에는 도저히 안되서 '역시 그렇지'했는데 1달 뒤 배터리가 나갔습니다. 교체하고 나니 아주 잘 작동하네요. 

 

- 자가정비

이건 현대차 공통이지만 소모품류 구하기 쉽고 교체 시 비용도 저렴합니다. 엔진오일까진 자가교체하고 있는데 풀합성유 넣어도 5만원 안쪽으로 해결가능하니 디젤 유지비가 비싼지도 아직까진 체감은 안 됩니다. 물론 10만 넘어가서 엔진부품 하나씩 나가면 답없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6. 결론. 이 차 언제까지 타지?

장점도 있고 단점도 많은 차입니다. DCT/디젤 등 아쉬움이 많은 부분을 보고나서도 연비/출력/가성비 등을 생각하면 그냥 계속 타고다니지 뭐, 라고 생각하게 되는 차입니다. 년 2만키로 가까이 주행하면서 정도 많이 들었고 딱히 불편함도 없어 디젤이 금지되는 날까지 타고 다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차는 어디까지나 소모품입니다. 컬렉션으로 보관하지 않고 일상생활에 계속 사용하면 닳고 망가지는 게 당연한 것이죠. 신변에 큰 변화가 없는 이상 계속 타고다닐 것 같습니다. 왜냐면 다음차는 전기차, 아니면 하이브리드라도 살 것 같아서 말이죠.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구요.

 

이 핸들커버는 아직 제 장농속에 잘 들어 있습니다

 

※ 글은 후에 수시로 부족한 점을 수정/보충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