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빌딩에서 나오니 5시 반 정도. 아무리 2월달 말이라고 하지만 이미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같은 시간대에 있지만 지리상으로는 차이가 있어 해가 우리나라보다 더 빨리 뜨고 더 빨리 진다. 우리나라처럼 6시반정도까지는 환할 것이라 생각해 저녁 먹고 나야 어두워 질 거라는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소니 빌딩 앞 거리는 대중매체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각 + 크로스 횡단보도를 볼 수 있다. 사진 찍을 때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때라서 그렇지만 정말 사람이 많은 곳에는 도로 위를 사람이 메울 정도로 많아진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유라쿠쵸 센터 빌딩이고 그 앞에 뾰족한 건물이 交番. 흔히 말하는 순찰소이다. 패키지 상품 구매할 때 가이드 분이 이놈의 코우반이 어딘가 다 숨어서 지켜본다고 해서 살짝 겁을 줬는데 와서 보니 저렇게 대놓고 횡단보도 앞에 자리잡고 있었다. 일본의 치안이 우리나라보다 낫다고 하는 건 아마 이런 건물들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론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안에도 젊은 사람의 경우는 상당히 착해 보였는데, 좀 나이 드신 분들의 경우는 정말 외모부터 무서워서 쉽게 접근하기 힘들 정도였다.

또 소니 빌딩 앞에는 이렇게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저 조그마한 분수 안에는 めぐりいの. 만남의 샘이라고 적혀있었다. 아마 시부야의 충견 하치코 견상과 같은 의도로 만들어 진 게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무도 여기서 만나는 사람을 보진 못했다^^.

도심 속에 이러한 공원이 있는 것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을 걸어 다니면서 이런 곳이 아니고는 딱히 쉴 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인도에 앉아서 쉬기도 그렇고. 3째날 하라주쿠에서도 호텔에서 나와서 음식점에 들어가 앉을 때까지 단 한번도 앉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첫째 날에 뭘 알겠는가.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꽤나 골목길 안에 있어서 여기에 앉아 지도를 좀 보고 가기로 했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 즉 저녁식사를 할 곳은 煉瓦亭(렌카테이). 가이드북에 렌카테이라고 적어나서 일단은 이렇게 표기하지만 렌카테이의 '이'는 거의 발음하지 않는다. 렌카테- 정도로 읽어야 맞는 발음이다.

중간에 경찰차가 지나가길래 한번 찍어봤다. 바쁜 모양인지 역주 행을 하고 있었는데, 스피커로 계속 '긴급차량 지나갑니다' 라고 매우 시끄럽게 떠들어댔던 걸로 기억한다.

골목길로 들어가면 이런 분위기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인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는 뭐든지 보행자 우선이다. 심지어 신호등조차도 간격이 우리나라의 반 정도 밖에 안돼서 신호등 앞에서 오래 기다려 본 적이 없었다.

거리에서는 호객행위도 상당히 많이 한다. 흔히 말하는 チラシ(찌라시)다. 난 원래 이런 광고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궁금해서 한번 받아 봤다. 바(Bar) 광고였는데 광고지에는 싸다고 적힌 술과 안주 값이 장난이 아니였다-_-

이 골목 사이에서 원하는 건물을 찾아가기는 상당히 힘들다. 초행자에게는 그 거리가 그 거리 같다. 난 무지 운이 좋게도 감이 딱 오는 거리에서 좌회전해서 가니 목적지에 바로 도달했다.

렌카테이. 일본 최초의 경양식 집으로 돈까스로 유명하다. 흔히 말하는 돈까스의 원조 격인 셈이다. 건물이 상당히 고풍스러운 느낌이 많이 난다. 역사를 지키려 하는 만큼 주방이나 홀의 전구조차 전부 백열등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계산대의 계산기가 정말로 오래된 것으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면 상당히 신기하게 움직이는 기계를 볼 수 있다.

일본 식당의 예절은 단지 아무 자리에나 앉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저렴한 집이나 안내를 따로 하지 않는 집에서는 마음대로 앉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음식점에서는 종업원이 따로 층과 자리를 안내해준다. 우리는 2명이라서 그런지 지하로 안내를 받았고, 내려가니 아직은 이른 시간이었는지 손님이 별로 없었다. 종업원이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라고 해서 아무데나 앉았다.

테이블과 의자, 식탁보 전부다 촌스럽다. 메뉴 판을 건내주는데 역시 촌스럽다. 물을 따라주는데, 기본적으로 모든 물은 얼음물로 준다(지금이 2월이였다는 것을 기억하라. 아직 겨울이다.). 알고 보니 대부분의 식당에서 물을 줄 때는 얼음물로 주더라. 딱히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고로 손수건은 살짝 뜨거워서 추운 데 있다가 사용하니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일본이 반찬 종류를 모두 따로 시켜야 한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새우 칵테일 1,400엔, 치즈 1,300엔, 가장 기본적인 콩소메 스프가 800엔, 햄과 달걀이 1,200엔. 이런 미친 가격을 봤나? 내 인생에서 돈까스에 스프를 빼먹고 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지만 이날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심지어 밥도 200엔이였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추천메뉴가 있냐고 물어봤다. 기본적으로는 포크커틀릿을 많이 먹는다고 하자, 난 포크커틀릿과 밥을 주문했다.

(렌카테이 – 포크커틀릿 + 밥 1,500엔, 세금 포함)

주문을 하고 좀 기다렸다. 오더가 들어가고 나서 요리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앞에 보이는 것은 주방. 잘 안보였지만 주방에는 혼자 계신 것 같았다.

사람이 적길래 종업원을 불러서 간단히 질문을 해봤다. 여기가 외국인에게 유명하고, 하루 평균 외국인이 20명, 많을 때는 4~50명 정도 온다고 한다. 외국인은 유럽 쪽 보다는 아시아 쪽에서 많이 온다고 했다. 주로 한국인이나 중국인이겠지(참고로 중국 사람 정말 많이 보인다. 특히 관광지에는).

근데 저기 서빙하는 두 사람 전부 잘생겼다. 특히 오른쪽에 염색하신 분 ㅋㅋㅋ.

이 분들은 물잔이 반 이상이라도 비면 채우러 온다. 일본의 침잔실례는 우리나라와 정 반대라서, 술의 경우도 일본은 술잔이 항상 만땅을 유지해야 하고, 우리나라는 술잔에 술이 들어있을 때 부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유명할 것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우왓. 감탄과 실망이 교차하는 순간. 스테이크도 아닌 돈까스에 약 2만원이나 줘야 한다니(당시 환율은 1,300원대). 저 뒤에 양 채우려는 야채의 안습적인 양은 뭐냐? 저 밥이 200엔짜리란 말이냐?

뭐 돈이 중요하겠나, 맛이 중요하지. 한 입 먹어봤다.

상당히 맛있는데?

고기의 육감이 상당히 밀도 있고, 튀김 가루를 묻힌 두께도 적당했고, 튀긴 정도가 딱 알맞았다. 기름이 좀 있었는데 그래도 느끼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후추와 소금으로 간을 해뒀는데 내가 워낙에 싱겁게 먹어서 그런지 살짝 향신료의 맛이 생각보단 강했다. 좀 짜면 어떠랴? 고기 자체가 맛있고, 튀긴 것도 잘 튀겨졌고. 친구는 소스를 뿌려 먹었는데, 난 원래 소스를 뿌리지 않는 타입이라 잘 모르겠지만, 친구 말로는 상당히 맛있다고 했다.

밥은 우리나라 호텔에서 나오는 밥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재배하는 쌀의 종류에 큰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먹어보니 우리나라와 별 차이는 없이 그냥 밥이었다.

그렇게 음식을 음미하고, 피 같은 돈으로 계산하고, 상당히 신기한 기계에서 시끄럽게 나오는 영수증을 받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이미 해가 완전히 진 상태였다.

돌아와서 사진을 보며 파악한 것은, 입구에 섰을 때가 5시 35분, 음식이 나왔을 때가 45분, 계산을 하고 거리를 걷기 시작한 때가 6시 3분이었다는 것이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렇게 빨리 먹고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