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원래 심심하면 사전으로 음악 들으면서 그때그때 리뷰를 써내는 편인데 최근에 자주 언급되는 모델인 FC700을 구매하게 되어서 이왕 쓴 거 좀 다듬어서 올리게 됩니다. 물론 초보라서 부족한 점이 왕창 쏟아지겠지만 그냥 참고만 해주시면 매우 감사합니다.

먼저 한 가지를 알리는데 아직 소리가 익지를 않아서 번인후의 소리가 분명 지금과 다를지도 모릅니다.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ackage & Design

처음 받았을 때 본 동글동글한 박스디자인부터 헤드폰까지 친구 녀석의 말을 빌리면 정말 동글동글하다 유닛부터 헤드밴드까지 동글동글해서 머리가 길지 않다면 요다 현상이 아주 눈에 띌 것이다 이건 FC7도 있는 현상이라서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게다가 HP600에 비하면 이건 양반이다 ᄏᄏᄏ

헤드폰 전체의 디자인은 써본 것 중 최상이다. 아웃도어용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이 매우 깔끔하다. 헤드밴드가 FC7과 마찬가지로 매우 얇아서 약해보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정말로 깔끔하다.

바디도 전작의 싼 티가 풍겨오는 플라스틱 무광에 잘 긁힐 것 같은 도장상태와 완전검정색도 아닌 애매한 색의 거울(물론 거울색은 내가 실버와 그레이를 모두 써봤지만 실버의 경우가 훨씬 잘 어울렸다)이 살짝 언밸런스해도 디자인이 나름 괜찮았는데 이번에는 고급스러움을 더 잘 살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도 무광 검은색이지만 훨씬 잘 어울린다. 그리고 딱히 흠잡을 데 없는 디자인도 한몫 한다.

하우징은 은색 링을 두른 초콜릿색(아마 어두운 갈색이겠지)의 반짝이도 나름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 초코색이 아닌 검은 색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아크릴로 보이는 것으로 덮어두었는데 기스 걱정을 좀 해야 될 것 같다.

나중에 이 아크릴을 들어내고 그 안에다가 우드 시트지를 붙인다면 우드폰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 나중에 꼭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Comfortability

착용감은 뭐라고 단정 짓지 못하겠다. FC7보다는 낫긴 나은데 내 귀에는 맞지가 않는다. 전에 FC7은 유닛이 패드랑 비슷한 높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바로 옆에서 때려주는 느낌이 강했는데 이번에는 유닛을 뒤로 위치시키고 이어패드를 두껍게 만들어놔서 확실히 멀리서 들려오는 것까지 세밀하게 잡아주기는 하지만 밀착감은 훨씬 덜하다. 내가 FC7의 밀도 있는 사운드를 상당히 좋아했기 때문에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 귓바퀴에 있다. PX200으로 내 귀의 위아래로 튀어나온 부분을 제외하곤 모두 가릴 수가 있는데, 이건 뭐 위아래는 거의 간신히 다 가려주는데 옆에는 공간이 남아도 한참 남아서 귓바퀴가 패드 속으로 빠져버린다. 이건 너무나 어색하다. 물론 이 단점은 개인적인 특성이라서 다른 분들에게는 휠씬 좋을 수도 있다.

   

 

Sound Specificity

대망의 음색부분. 미리 밝히지만 FC7의 이미지는 모두 잊어버려야 한다. 내가 봤을 때 비슷한 부분은 단단한 저음이 전부다. 그만큼 FC700은 음질 면에서 발전했고 성향도 달라졌다.

   

※ 꽤 기니까 지겨우면 걍 내리세요 ㅋㅋ 밑에서 한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ㅋㅋ.

   

   

번인 전 처음 헤드폰을 끼고 들었을 때 느낌은 매우 강렬했다. 매우 쏴대는 고음. 어떤 사용기에서 FC7에 빠진 트위터를 넣은 기분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계속 듣다보면 전작에 비해서 고음처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우 쭉 뻗어주는 고음이지만 극고음대로 갈수록 조금씩 뭉친다. 그래도 정말로 내가 사서들은 헤드폰 중에서 처음부터 이렇게 쭉쭉 잘 뻗는 고음은 처음이다. 치찰음은 다행히 처음엔 심했지만 번인을 계속하면 할수록 나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중음은 보컬부분이 좀 나아졌다. 전작은 V자 라인이라서 보컬이 많이 퇴색한 부분도 있고 전자음 같은 느낌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또렷해졌다. 고음이 좀 강하긴 하지만 저음이 그렇게 세지 않기 때문에 중음이 어디 가서 묻힌다는 느낌은 없다. 그래도 보컬이 확 다가오는 CM7ti보다는 보컬이 가깝지는 않는 느낌이다. 이상하게 내가 헤드폰을 사서 보컬이 다가와 있는 것을 한 번도 본적이 없는 헤드폰만 샀기 때문에 이게 정확하지는 모르지만 보컬 쪽은 확실히 만족한다. 여성보컬쪽이 남성보컬보다는 나은 표현을 해준다. 물론 아직 번인중이라 가장 많은 발전이 기대되므로 이쯤 적기로 하겠다.

   

저음은 솔직히 FC7의 이미지를 생각하고, 게다가 그것보다 더욱 저음성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상당히 기대했었지만 정말 실망했다. 헤드폰 치고는 저음이 없다(물론 절대적으로 개인적인 기준이다). 물론 내가 저음을 사랑해서 저음 킹왕짱인 M5의 저음도 뭐 심하게 과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을 정도이지만 너무 비어도 너무 빈다. 하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사용할수록 저음이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한달 후인 지금은 들을만한 정도이다.

현재까지의 느낌으로는 극저역대는 의외로 잘 표현하는데 중저음이 확 빈다. 그 때문에 소리가 매우 깔끔해지지만 랩소디의 'Emerald Sword' 같은 웅장한 음악을 듣는다면 금방 실망하게 될 정도로 우퍼느낌의 저음은 아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컴퓨터 사카나 집에 있는 나보다 오래된 듣보잡 Pioneer 앰프에 물리면 거짓말같이 중저음이 확 살아난다. 웅웅대는 정도가 과할정도까지 올라가는데 미니기기에서는 너무나 저음을 줄였다. 이보세요, 이건 포터블이란 말입니다!!! 난 그렇게 헤드폰을 튜닝한 이유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전체적으로 저음양은 적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단단하고 타격감도 좋고, 질적으로는 상당한 퀼리티의 저음을 들려준다. 비트 있는 음악을 들을 때는 저음이큐를 조금만 올린다면 신이 날 정도로 잘 쳐준다. 그 대신 앞에서 언급한 대로 풍부하다는 느낌은 덜하다.

   

이 헤드폰의 장점이라면 뛰어난 해상도와 분리도가 아닐까 이건 살 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생각보다 해상도가 상당하다. 동 가격대의 헤드폰 치고는 정말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이 가격대의 헤드폰에서 음이 뭉치지 않고 나온다는 것은 정말 생각해볼수록 좋은 점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클래식 대편성곡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단지 락밴드 같은 소규모의 곡에서는 정말 가격대비 해상력이 상당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일렉기타소리와 스네어 드럼 소리가 깔끔해서 가장 좋았다.

좌우분리도도 정말 마음에 든다. 마치 이어폰을 착용한 것처럼 좌우 구석에서 들려오는 음이 인상적이다. 바꾸기 전까지 계속 착용한 HP600보다는 이런 면에선 확실히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공간감은 전작이 그닥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서인지 훨 나은 느낌이다. 유닛이 10mm나 커졌는데 공간감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음반 프로세싱이 잘 된 곡들에서는 악기위치와 위상을 생각 외로 잘 잡아준다. 예를 들어 프로세싱이 꽤 마음에 드는 Maroon 5 2집의 경우에서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음이 정말로 듣기 좋았다.

   

또 다른 특성으로는 아무래도 오테니까 착색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 오테 착색이 존재한다. 번인하면서 누그러들기는 하는데 처음에는 정말 오테 필이 딱 꽂힐 정도로 있다 내가 사용한 오테 제품 중에서 가장 착색이 적었다고 생각하는 PRO700보다는 좀 있는 편이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착색이 대체로 마음에 들기 때문에 신경쓰지는 않지만 가끔씩 나도 이런 착색이 짜증이 날 정도로 본인이 고음왜곡을 지극히 싫어한다면 비추다

   

   

요약!!

저중고음 밸런스가 좋고 가격대비 해상력이 뛰어난 착색있는 오테 특성의 헤드폰 = 물건ㅋ

  

   

Others....

이 헤드폰의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저항이 좀 늘었다는 것이다. 겨우 5옴 늘어났을 뿐인데 타제품에 비해 볼륨확보가 잘 안될 수도 있다(게다가 음압도 나쁘지도 않은데 좀 이상하다). 물론 볼륨 몇 칸 올리면 되지만 할 정도로 생각 외로 심하지는 않다.

   

다른 특징으로는 감상 후 귀가 피로하다는 것이다 내가 고음형 리시버를 잘 사지 않은 덕에 적응이 안돼서인지 중고음때문에 귀가 쉽게 피로해진다. 이큐로 죽이면 되지만 그러기가 쉽지는 않다. 음악 듣는 맛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이어패드의 재질이 바뀌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주름 있는 패드가 아닌 인조가죽으로 보이는 가죽모양의 패드가 있다. 겉모양만 보았을 때는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지만 실제로 착용해보면 좀 까칠까칠하다. 그리고 스펀지의 탄력성이 아직 강하다. 유닛 안에 귀가 쏙 들어가는 게 아닌 만큼 탄력이 좀 줄어들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는 PRO700의 차 시트 재질로 정말 가죽처럼 보이는(진짜 가죽인지는 모르겠다) 그 미끈미끈한 재질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이런 어색한 가죽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단가를 올리더라도 그런 재질을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Epilogue

아직까진 약간의 가격거품이 걱정되긴 하지만 4만 원대의 가격에서 상당히 메리트 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디자인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닥치고 음이라면 다른 선택이 나을 지도 모르지만 집 밖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도로 산 헤드폰인 만큼 디자인을 신경 쓸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디자인 좋은 녀석들은 어떤가. 확실히 디자인으로 먹고 들어가서 최근에 가격이 무려 25%나 올라버린 PX200. 친구꺼 2개나 빌려서 청음해봐도 상대적으로 밋밋하고 저음도 거의 안들리고 고음도 쭉 뻗는 느낌도 없는 PX200보다 훨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유일한 디자인에서의 단점인 요다현상만 극복한다면 아웃도어용으로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디자인이 좋아졌다고 소리가 나빠진 것도 아니다. 전작보다 좀 더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음색을 가지고 전체적인 성능도 발전했다. 저음이 약해진 것은 좀 아쉽긴 하지만 고음의 성능에는 정말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확실히 이번 헤드폰은 저음 빠가 아니라면 착색은 죽어도 싫은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싸고 좋은 가격대비 최고의 헤드폰을 찾는다면, 난 그 누구에게나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 녀석이다.

   

ps. 질문있으면 아낌없이 해주세요. 최선을 다해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ps2. px200이랑 갈등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극히 개인적 의견을 올려봅니다

   

사실 디자인 측면으로 봤을떄는 남자의 관점에서 px200, hx70 등의 "미소녀" 를 보는것과 fc700, hp500 같은 "미소년" 을 보는 것의 차이 같습니다.. 분명히 둘다 매력적이기는 한데 은근히 둘 사이의 차이가 좀 크지요..ㅋㅋㅋ

   

늘 하는 말이지만 디자인이 중요하다, 밖에서 끼고 다닐거다 이러신 분들은 디자인, 내구성만 보고 지르셔도 큰 후회는 안합니다.. px200 같은 경우에는 남여가 밖에서 끼고 다녀도 아무 손색이 없지만 그에 비해서 fc700은 좀 튀는 편입니다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는 말이지요...(최소한 제가 쓰고 나가면 그랬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디자인보다는 음색이나 제품의 아이덴티티 같은 것들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게는 제품 구매시까지 꼼꼼한 비교분석이 필요한 법입니다..

   

사실 저가형 헤드폰을 3개째 사면서 px200은 한번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원래 끌리지도 않았고 친구꺼 빌려서 자주 청음해봤는데 동가격대 이어폰보다 심심한 음색때문에(ex, es303) 도저히 디자인만 보고 사기엔 너무 비싸서 포기하기도 했구요...

그렇다고 px200이 절대적으로 약세는 아닙니다. 장르매칭이 또 큰 역할을 하는게 사실이니까요.. 가요나 j-pop, 애니노래, 뉴에이지 등등 상대적으로 조용한 음악에는 더 뛰어나고 세밀한 부분이 있지만 px200으로 일렉트로닉, 트랜스, 메탈 틀어보면 누구라도 던저버릴 만한 그러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fc700이 이런 분야에서는 훨씬 강세일 뿐만 아니라 음색의 특성이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니까요...

   

거기에다가 가장 중요한 개인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저는 그냥 "나는 이랬다"라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 그 이상은 하지도 할수도 없습니다... 정보 수집하시면서 또 다른 분들께도 많이 물어보시고 좋은 헤드폰 선택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무려 2008년 7월에 올린 글이네요..

자랑은 아니지만 FC700 사용기 중에서 최대조회수, 최대댓글수를 기록하고 있는 글입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조만간 새로운 평가를 했으면 좋겠네요

원본링크 http://cafe.naver.com/drhp/45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