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인데 설마 공학용계산기 하나 없겠습니까? 뜬금없이 계산기를 사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모델은 SHARP의 EL-509W입니다. 흔하게 널린 모델이고 아마 가장 싼 공학용계산기일겁니다. 이것도 제 돈을 주고 산 건 아니고 집에 굴러다니는 거 쓰고 있었습니다. 딱히 불만은 없었습니다. 삼각함수라던지 수열, 진수변환 등 웬만한 기능은 다 하고 미적분은 안되지만 미적분은 어차피 계산기 사용불가로 시험치니... 


하지만 이번 학기에서 페이저를 배우면서 문제가 터졌습니다. 페이저란 sine함수의 진폭과 위상을 극좌표계, 그러니까 Complex Plane 위에서 나타내는 것입니다. 뭔 소린지 모르시면 모르셔도 됩니다. 이 domain간 변환을 위해서는 계산기가 필수인데, 지금 가지고 있는 계산기로도 연산은 가능한데 너무 불편합니다. 문제 하나 풀다가 빡쳐서 홧김에 질러버렸습니다.




박스입니다. 소설책 2권 정도의 무게로 상당히 무겁습니다. 신기하게도 계산기에서 for문을 돌려서 반복연산을 하고 있습니다. 뭐 당장 쓸 일은 없겠죠.




사용설명서가 4개국어로 들어있습니다. 기능이 많아서 한번 쯤 읽어봐야겠네요. 부록에는 여러가지 수학공식들, 보증서, 배터리씰 제거방법, 그리고 계산기 본체입니다. 




디자인은 심플합니다. 한가지 불만인 게 저 덮개가 탈착이 불가능한 수첩 형태라서 파손위험이 크다더군요. 조금 불안합니다. 

배터리는 AAA를 사용한다고 나와있네요. 간혹 셀전지(button-cell)를 쓰는 모델이 있는데 이건 수명도 짧고 배터리도 비싸서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존에 쓰던 모델과 비교입니다. 박스표지부터 레벨이 다릅니다. 한 놈은 고작 사인 코사인 계산중이고 다른 놈은 for문 돌리고 있으니.... 

주변을 둘러보니 샤프계산기도 쓸만한데 동가격대에서는 카시오가 압도적으로 많더군요. 네x버 검색해도 상위권에는 카시오가 다 랭크되어 있습니다. 괜히 그런 건 아닌 듯 합니다.


이제 문제를 풀어보죠. 회로이론 문제입니다.




교재에 있는 예제입니다. 간단한 브릿지(?) 회로의 ab단의 테브난 등가회로를 구하는 문제입니다. RLC회로이고 sine wave를 사용하기 때문에 페이저로 풀면 아주 편리하죠.

그래서 임피던스부터 먼저 계산을 합니다. 위의 등가 임피던스는 손으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문제입니다. 테브난 등가전압인 VTH를 구해야하는데 아래에서 보다시피 polar form(r∠θ)과 rectangular form(x + jb)이 뒤섞여있습니다. 이를 계산하려면 하나의 form으로 통일을 하는 게 원칙이죠.




그래서 계산을 시작합니다. 먼저 4+12i[각주:1]를 polar form으로 변환합니다. 그러면 제가 계산기에 이렇게 입력을 합니다.


[ 4 ] + [ 2ndF ] + [ , ] + [ 12 ] + [ 2ndF ] + [ →rθ ] = 


위와 같이 r 값만 나옵니다. θ값을 보기위해 다시 추가입력을 합니다.


[ 2ndF] + [ ←,→] 




그러면 세타값이 나옵니다. 이제 하나 변환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계산을 위해서 r, θ값을 메모리에 저장해야하는데 이게 동시에 저장이 안 됩니다. 하나 저장하고 초기화해서 다시 적고 계산해서 다시 저장해야한다는 것이죠. 슬슬 짜증납니다.



추가 at 2013.06.07



사용설명서 안 읽어 본 제가 잘못이죠. 바로 저장이 된답니다. 전 항상 A~F만 써와서 눈치채지를 못했네요.





아까 저장했던 값을 이용해 앞의 항만 계산합니다. 값이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의 θ항도 따로 계산합니다. 


...... 이래서 풀겠습니까? 내가 이걸 계산기로 푸는건지 머리로 푸는건지 모르겠네요. 잘 이해가 안 되셔도 아래 사진을 보면 바로 감이 오실겁니다.




새로운 계산기를 꺼내옵니다.




그냥 적힌거 그대로 적습니다. form 관계없이 그냥 앵글, 허수 막 집어넣습니다. 그리고 계산 버튼을 누르면 아주 깔끔하게 rectangular form 형태로 답이 나오죠(뒤가 좀 짤리긴 했지만 같은 값입니다).



그리고 

[ FUNCTION ] + [ 2 ] + [ 6 ] = 


버튼을 누르면 결과를 자동으로 polar form으로 바꿔줍니다. 

참고로 12√10은 37.94733..... 이고,  -139.6951...도를 양수각으로 바꾸면 220.3049.... 도입니다. 즉 같은 값입니다.




참 쉽죠?




계산기 쓰는 과목은 계산기를 뭘 쓰느냐에 따라 학점이 좌우됩니다. 실제로 TI사의 TI-89, TI-92 같은 건 학점 하나는 금방 올린다고 하죠. 비록 몇 문제 안 되는 작은 부분이지만. 이 정도 투자해서 문제풀기가 쉬워진다면 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계산기 노가다하기 위해서 시험 치는 건 아니잖아요?


  1. (i=j 같은 뜻입니다. 수학에서는 허수를 i, 전자에서는 전류를 이미 i라 부르므로 j라고 사용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