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 친구가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군대에서 포상휴가를 받아 잠깐 우리 집에 들렸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군대 안에서 그린거라고 하면서 이걸 보여줬습니다.



Copyrightⓒ 2012 촬. All Rights Reserved


(사실 본인은 이걸 쿠로네코라고 그리긴 그렸는데 

후임이 이걸보고 "이거 미오지 말입니다"라는 소리 듣고 충격먹었다는 후문이....)


군대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온 한 장의 그림. 다른 어느것보다 제 눈길을 끌어 친구의 동의를 얻어 스캔했습니다. 주어지는 0.7 B심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투덜투덜이었지만 이미 제 능력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였죠. 저는 그림을 하나도 못 그립니다.


친구 스스로도 시간이 너무 촉박하고 자료도 너무 부족하고 해서 원래 그리려던 배경을 모두 갈아엎고 그저 바닷가가 생각이 나서 갈매기 하나와 바다만 대충 그렸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왠지 그림을 지지고볶아보고 싶어졌습니다. 다행히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바로 작업에 들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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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캐릭터 레이어를 떠서 적당한 배경에 붙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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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 좀 아쉽더군요. 흑백의 한계라서 그런지 그림이 칙칙합니다. 어차피 디지털화한 파일을 포토샵으로 색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싶어서 색을 넣어보기로 했죠. 그리고 곧바로 후회했습니다.


색연필로 그림 위에 덧칠할 때는 몰랐습니다. 색을 넣는다는 게 이렇게 힘들줄이야. 3시간을 낑낑대다 겨우 다리를 색칠했습니다. 점점 귀찮아지더군요. 바로 포기하려고했으나 또 어정쩡하게 색칠해서 내버려두기에는 제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나머지 부분은 대충대충 끝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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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제 머리를 터뜨린 것이 색배합이었습니다. 분명히 같은 살색인데 왜 그리 정확한 값을 찾기가 힘들던지. 애니에서는 분명히 그림자를 제외하고 단일색인데도 얼굴이 이상하지 않은데 왜 내가 색을 넣으면 얼굴이 평평해지는지... 다른 일러스트들을 참고하면서 여러가지 색을 배합해서 나온 색입니다.


색을 넣으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연필로 농담을 표현한 것이 색을 넣을때는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커브로 연필의 명암을 전부 날리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명암을 넣어야했죠.


그리고 드레스의 명암은 표현하기가 너무 귀찮아서 그냥 날려버리고 안쪽만 대충 색칠해줬습니다. 리본과 머리카락도 마찬가지이구요.. 다리 쪽에 그라데이션 넣을때도 레이어를 제대로 안 떠서 군데군데 연필선이 날라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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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적인 색보정과 명암조절을 하고 바닥을 녹색으로 바꾼 그림입니다. 갈색이 너무 칙칙해서 바꿔봤는데 이번에는  형광녹색이 되어버리네요... 그리고 보면 볼 수록 다리가 아쉽습니다.


전 다시 이 짓 안하렵니다. 그림 그려서 색칠하시는 분들 보면 정말로 존경스럽습니다. 어떻게 이 작업을 매일매일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편안한 추석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