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때가 되어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뜬금없이 거가대교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거가대교란 거제도와 가덕도, 즉 신부산항을 잇는 다리로 부산과 거제, 통영을 잇는 다리로 해저터널과 현수교로 이루어진 도로입니다.



그 말인즉슨 왔던 길이 아닌 한참 빙빙 둘러가는 길을 통해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부산에 들렸다 가는거나 마찬가지이죠. 그런데도 이걸 꼭 봐야한다는 일행분들의 말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가기로 했습니다.




통영을 떠나면서 찍은 다리에 꼽혀있는 기입니다. 아마 이순신을 기리는 것이겠지요. 대나무에 묶여 펄럭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새삼 내비의 위엄이 대단하다고 느낀 점은 내비게이션이 가르키는 길은 하나도 빠짐없이 막히는데 그렇지 않은 길은 차량 수가 확연히 적더군요. 그 때문인지 통영시내는 카오스였습니다. 도로가 좁은 탓도 있었지만 교차로마다 서로 가겠다고 엉키고 정말 난리였습니다.




거제로 가면서 찍은 거제 조선소입니다.

지옥같이 막히는 통영시내만 벗어나면 길이 잘 닦여있.......기는 개뿔. 지반침하로 임시땜빵한 도로 때문에 울퉁불퉁, 멀미가 날 지경이더군요. 점심도 굶은 상태인데 우리 빼고 다른 일행은 전부 배가 고프지않다고 하는바람에 점심을 스킵할 위기에 처했죠. 덕분에 사진찍을 의욕 제로.


여차저차해서 거제시내를 지나고 거가대교와 연결된 신도로를 타고가는 중, 휴게소를 만났습니다. 거가대교 거제휴게소입니다.



완공된 지 얼마 안된 건물답게 최신시설과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휴게소에서 보기드문 2층 구조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2층에는 전망대와 고급음식점이 있었습니다(다만 메뉴는 그닥... 갈비탕을 팔더군요...)



2층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보이는 전망대로 거가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신없이 폰카로 다리를 찍더군요. 다만 아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사진으로 담기에는 거리가 좀 있었고 흐릿하게 나오는 게 좀 아쉬웠습니다.




갤럭시S2와 옵티머스 LTE 폰 두대로 찍은 사진 두 장. 실제로 볼 때는 다리가 잘 보이지만 찍고나면 다리가 흐릿합니다. 100% 크롭해도 잘 안보입니다.



CCD에 먼지가ㅠㅠ


카로 촬영한 사진. 다리 사진을 잘 찍고싶은 경우에는 고배줌 렌즈가 달린 카메라가 필요할 듯 합니다. 물론 오늘보다는 날씨가 좀 더 개어야겠지요. 디카로는 이게 한계입니다.


배가 고팠던지라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크레이프 따위는 커플들에게나 줘버리고(아 잠깐.... 눈물 좀 닦고) 밥을 먹읍시다. 

메뉴는 다른 휴게소들과 별반 다른 건 없었습니다.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비싼 게 걸렸지만 요즘 휴게소들이 다 그렇죠, 뭐. 그 때 제 눈에는 이 메뉴가 딱 들어오더군요.



멍게비빔밥! 통영 거제에서 맛볼 수 있는 특선으로 여러군데 맛집이 있습니다. 사실 점심으로 이거나 굴국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극심한 반대로 실패. 사실 이걸 주문하면서도 "먹어본 사람들은 다 별로라 함. 비린 맛을 각오하라"라는  충고를 들었지만 깔끔하게 무시. 주문해 보았습니다.

원래는 일반비빔밥처럼 멍게를 넣고 가열하지 않은 상태로 먹지만 여기는 돌솥에 넣어주니 더 좋은 것 같기도 하네요.



등장


일단 전체적으로 양이 너무 작습니다. 8천원이면 절대 싼 가격은 아닌데 말이죠.

반찬은 제가 더 달라고 말하니 아주머니가 "사람들이 하도 남겨서 적게 드리는 겁니다" 하시면서 왕창 담아주시던데 밥 양이 작은 건 어쩔수가 없더군요. 많이 드시는 분들은 밥 1공기나 2공기 정도 더 시켜서 먹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비벼봤습니다


양은 작지만 구성은 나쁘지 않고 비비면서 나는 향긋한 멍게냄새가 진동을 하며 식욕을 돋궈줍니다. 그리고 먹어봤죠.


비립니다

고소하면서 간이 잘 맞는데 비립니다


이런 특선요리는 사실 이쪽지방 사람들이 아니면 입맛에 안 맞아서 못 먹는다고 하죠. 가까운 경상도인도 비리다고 하는데 수도권 사람들이 와서 먹는다면 분명 후회할만한 토속적인 맛이라고 해두죠. 

하지만 멍게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들은 예외입니다. 저도 해산물이라면 정신을 못 차릴만큼 좋아하기 때문에 오그락지[각주:1]와 함께 아주 잘 먹었습니다. 허나 다시 먹고 싶지는 않네요. 


휴게소 안에 거가대교 홍보관이 있다고하던데 못 보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이제 진짜 거가대교를 보러가는 것이죠.



  1. (경상도식 무말랭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