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구사람입니다. 크게 보면 경상도인이죠. 기본적으로 사투리 능력을 가지고있는데, 요즘은 어르신들으 자주 뵙다보니 나도 모르게 사투리 능력이 급상승하는 느낌입니다.


각설하고, 인터넷을 돌다 뒤늦게 이 영상을 보게되었는데 영상을 1시간동안 정좌해서 감상하고 다시 한번 사투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능숙하신 분들은 처음부터 쭉 보시면 되겠지만 해석이 힘들다면 초반부문만 한번 보시고 영상의 26:10 부분부터 보세요. 래퍼가 낸 곡인 "무까끼하이" 라는 사투리곡이 방송금지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일본어 제목같이 들린다"였죠.. 이 분이 한 말 중에 몇 마디만 가져오면


"영어나 외계어같은 제목들이나 이런 것들도 문제가 없는데 순수 우리 사투리 제목은 문제가 되고..."


"와카노 그카노 뭐라카노 미자바리도 일본말로 들리나?"



참 황당했습니다. 예전부터 느낀 것이였지만 일본말과 경상도 사투리는 꽤나 비슷합니다. 신라인들이 일본에 언어를 전파했다는 역사적 기록을 찾는 다큐멘터리도 있었죠. 차라리 일본어가 경상도 사투리에서 넘어갔으면 넘어갔지, 왜 우리 사투리 단어를 일본어 취급을 해야하는지...


영상에도 나오지만 링딩동, 치리치리뱅뱅, 삐리빠빠 같은 외계언어는 되면서 사투리는 안되는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이게 다 어릴 때 받아온 교육때문이라죠. 저도 블로그 글을 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문자화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블로그야 표준어로 적어야할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사투리를 글로 적어두면 상당히 어색합니다. 성조가 표현되지 않아서 그런지 문자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사투리를 적는 것도 어색하고 읽는 것도 어색합니다.




표의문자를 제외하고 표음문자를 쓰는 주변국가로 일본이 있죠. 일본의 대표적인 사투리라고 하면 칸사이벤입니다. 관서사투리라고 하는 우리나라 언어로 치면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최소한 제가 느끼기에는 사투리에 대한 "차별"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물론 개그소재로 쓰이는 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대중매체에서 자주 사용되니 "ほんま なんでやね あかん"같은 단어들은 일본인이 대부분 알고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아버지가 저에게 주로 쓰시는 단어만 몇개 가져오죠


"이노마 와이리 씨겁노? 잘못 산 거 아이가?"

"얌마, 아가 글케 깰받아서 나중에 우짤라 하노?"

"단디 하그라. 발까 문때면 우야노. 손까 이래이래 하그라"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경상도 사람은 금방 알아먹겠지만 타지방인들은 뭥미? 라는 표정으로 처다보겠죠. 이게 우리나라 현실입니다. 예전에 인터넷에 돌던 경상도 사투리 시험도 대부분 쉬운 단어들이죠. 가끔 가정방문차 경로당에 가면 사투리가 아닌 단어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사투리 고수들이 많습니다.


저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름 사투리에 자신이 있었지만 어휘력은 형편없었다는거. 


그리고 


나도 모르게 사투리를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있었다는것. 



처음에는 그저 재미있네 라고 생각했지만 10분 정도만 보니 사태의 심각성이 확 와닫더군요. 앞으로 취준생이 될 저도 이런 사투리에 대해서 너무 고치려고만 든 것이 아닌지 후회가 될 정도로 말이죠. 표준어도 하고 사투리도 잘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ps1. 이 글에 쓰인 사투리에 대한 해석


1. 거 나쁜 거 아이다 카이끼네. 근디 와 자꾸 못 쓰그로 하는교?

   → 그거 나쁜 거 아니라고 하니까 그러네. 그런데 왜 자꾸 못 쓰게 합니까?


2. 이노마 와이리 씨겁노? 잘못 산 거 아이가?

   → 이 과일 왜 이렇게 시냐? 잘 못 산 거 아닌가?


3. 야야, 아가 글케 깰받아서 나중에 우짤라 하노?

   → (아랫사람을 부르는 호칭), 아이(여기서는 아들을 뜻함)가 그렇게 게을러서 나중에 어떻게 할려고 하니?


4. 단디 하그라. 발까 문때면 우야노. 손까 이래이래 하그라

   → 제대로 해라. 발로 문지르면 어떡하니. 손으로 이렇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