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왔으니 경복궁 한번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은 전날 기차 안에서 어렴풋이 떠올린 것이 전부였다. 위치라고는 그저 서울시청 윗쪽이라는 것 밖에 모르는 상황.

친구 하숙집에서 자면서 관광정보를 얻기 시작했다. 친구는 삼청동 부분을 추천했다. 점심 같이 먹으려고 을지로 입구역 쪽에서 만난 분도 삼청동을 추천하시더군요. 위치를 물어보니 경복궁 옆길을 따라가다 보면 삼청동이 나온다고 하더라. 그 말을 믿고 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거리가 상당히 멀다. 을지로입구에서 삼청동 까지는 직선거리로 해도 2.3km정도, 걸어가면 3km 정도로 상당히 오래 걸리는 거리다. 그런데 이 때는 지도 하나 없이 그냥 막무가내로 밀고 나가기에는 몸이 너무 힘들었다. 당시 노트북과 옷가지를 넣은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고 있었기에 목적지도 알지 못한 체 막 걸어가기가 급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경복궁 옆길의 박물관 입구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냥 경복궁만 보고 갈까 해서 그냥 옆에 나와있는 입구로 들어갔다.

신기한 점은 매표소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갈 때 알게 되었는데 긴 줄을 서가면서 표를 끊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옆문을 이용하면 매우 빠르게 입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근정전 쪽으로 가는 길을 바리케이드로 막아버려서 위 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왜 그렇게 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맨 처음 발견한 건물.

맨 윗 사진도 그렇고 이 사진도 그렇지만 뒷 배경과 앞에 보이는 건물의 조화가 절묘하면서 미묘하다. 경복궁 안에서 광화문 쪽을 바라보면 수 많은 고층빌딩이, 북악산 쪽을 바라보면 가까이 높은 산이 위치한 미묘한 경치. 그래서 이 곳이 아름답다고 느꼈다.

어린이 박물관 옆에 이렇게 옛 거리를 재현해 둔 곳이 있다. 규모는 상당히 작지만 나름 재현도는 충실해서 추억이 있으신 어른 분들이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구경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실은 위 노면전차에 달린 종을 마음대로 울릴 수가 있는데 개념 없는 아이들께서 미친 듯이 종을 울려대 매우 시끄러웠던 기억이…

어린이 박물관 옆에는 국립 민속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다. 박물관을 무지 싫어하는 본인은 들어가보지 않았다. 뭐 혼자 하는 자유여행이니 이런 건물 들어가는 것에도 자유가 있으니 좋다.

향원정. 뒤의 단풍과 상록수의 잎의 색깔이 절묘하게 겹쳐지고, 그것이 잔잔한 물에 반사되는 모습이 멋지다. 경주에 가도 그렇지만 이렇게 물과 나무, 건물이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셔터를 많이 눌러댔는데 정작 구도가 좋다는 곳에는 삼각대를 설치해서 사진을 찍는 분들이 있어서 최상의 각도는 얻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역시 많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찾는 곳이라서 그런지 길과 잔디 등 주변이 상당히 깔끔하다. 잔디도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 없이 자연스럽게 발을 둘 수가 있어서 좋은 곳이었다. 하지만 사진 찍기에 한가지 흠이 있다면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는다는 것. 윗 사진들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이 안 나오는 곳이 없다. 아무리 사람이 적은 때를 기다려도 사람이 사진에 들어가 의도와는 다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경회루. 경복궁에서 가장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이곳이라고 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내가 경복궁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건물이기도 하니까. 그 만큼 주변의 관광객들이 가장 많은 장소이기도 했다. 은근슬쩍 일본인 가이드 주변으로 가서 설명하는 것을 듣기도 하고 한국인 가이드 분이 이야기하는 것을 함께 듣기도 했다(다만 이분은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하시길레).

이곳은 아무래도 뒤의 북악산이 막힘 없이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그래서 여기에 누각을 지었겠지. 그만큼 뛰어난 경치와, 예전 궁궐에 살았던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정작 사진찍기는 별로 좋지 않은 곳이었다. 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서 건물과 연못을 잡으면 나무들이 중간에 들어가게 되고 심지어는 경회루 정면을 잡아도 이런 구도가 나온다.

이런.. 저 나무가 사진을 너무 방해하네.

그래서 사진을 찍을려면 건물을 자르던지 물을 포기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옛날과 오늘날의 조화. 자연과 건물의 조화. 생물과 비생물의 조화. 여튼 많은 조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경복궁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