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 마지막 글에서 편의점에 들렸다고 했는데, 그 때 컵라면을 하나 사먹기로 했었다. 참고로 일본의 컵라면의 가격은 당시 120~180 엔 정도. 한 끼 식사로는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대충 끼니를 때울만한 것 중 이만한 것도 잘 없다. 물론 100엔 정도를 더 투자해서 규동을 사먹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결국 사온 다른 것을 먹느라 못 먹고 집으로 들고 와버렸다. 그래서 날이 지나고 며칠 후 이 컵라면을 한번 열어보기로 했다.

배경이 더러워 흐림 처리 한 것은 이해 바랍니다^^

일단은 기본적으로 밀가루 면이 아니라 소바면이며, 라면이라기 보다는 소바에 가까운 형태다. 그래서 라면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다. 유명한 컵라면 회사 NISSIN에서 만들었으니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것뿐인데 그냥 질러보자라고 해서 손에 잡힌 것이 바로 이 녀석.

간단한 조리방법.

우리나라의 식품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렇게 알레르기 식품에 대해서 표로 나타내 주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식품에 이렇게 표가 붙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표기공간 밑에 조그맣게 "위 제품은 ~을 사용하는 제조시설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라는 알레르기 경고문이 있긴 하지만 위와 같이 표로 나타내준다면 누구나 알아보기 쉽지 않겠는가?

뚜껑에 위와 같은 제품설명이 적혀있다. 대부분 컵라면 뚜껑을 조금만 열어두고 물을 부으며, 익은 후에는 완전히 떼서 버리거나 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렇게 문구가 써져 있으면 컵으로 사용하기에 왠지 부적절해 보인다. 감자튀김의 토마토케첩을 잉크 위에다 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일본 사람들은 컵라면 뚜껑을 컵으로 사용하지 않는 걸까?

스프. 포장이 알록달록해서 구분은 잘 가지만(아마 원래 그런 용도로 디자인한 것 같다) 단가가 올라가서 가격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든다. 여튼 かやく라고 적힌 것이 흔히 말하는 건더기스프(후레이크), スープ가 말 그대로 스프가 되겠다.

면. 저걸 생으로 한번 먹어봤는데 그 어떤 생라면보다 뛰어난 맛이었다. 바삭 하면서도 소바 향이 나는 독특한, 그리고 중독적인 맛. 계속 먹고 싶었지만 원래 용도인 면을 익혀 먹어야 한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컵라면 면이 보관성과 빨리 면을 익히기 위해서 구멍을 많이 내고 바싹 말려 가벼운 경우가 많은데 이때의 생면이 일반라면보다 맛있는 편이다. 생라면은 컵라면으로!(응?)

조리 후. 꽤나 맛있게 보인다. 면이 정말 소바같이 보여서(맛은 좀 연한 것 같지만) 보기엔 정말 좋다. 참고로 젓가락도 아사쿠사 100엔샵에서 구입한 일본산 옷칠젓가락.

다른 것보다 가장 부러웠던 게 건더기 스프. 우리나라의 무파마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큼직한 파가 많이 들어갔다. 건더기스프를 상당히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부러웠던 구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라면도 건더기스프는 너무 아낀다. 위와 같이 듬뿍듬뿍 넣어주면 좋겠는데..

이로써 2010.02월의 여행기는 모두 마쳤다.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올해 겨울에도 또 한번 도쿄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다만 이번에는 완전 오타쿠시장을 노리러 가는 것이라 얼마나 글을 올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