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주쿠 역 오모테산도 출구에서 오모테산도로 걸어가면 왼쪽 바로 앞에 큐슈 장가라 라멘이라는 꽤나 유명한 라멘가게가 있다.

홈페이지 소개를 보면 하라주쿠 쪽에 하라주쿠점(1층)과 오모테산도 장가라 2F 라고 적힌 두 곳이 있다. 주소를 보면 알겠지만 동일한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처음 방문하는 것이라 1층에 가야 하는 건지 2층에 가야 하는 건지 상당히 고민했다. 일반적인 가게처럼 1층과 2층 구분만 되어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층은 다른 가게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지라 일단 2층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올라오는 계단에서부터 온갖 설명이 적힌 종이들이 붙어 있고 가게 내부도 딱 정리된 모습은 아니다. 마지막에 각각 다르게 색칠된 그림들은 아마 유치원생들이 그리고 간 듯 하다.

가게 안은 심히 비좁다. 앞에 보이듯 1인용 바형 테이블이 있고 오른쪽에는 가족이 앉을 수 있는 4인용 테이블이 있다. 사람이 많다 보니 2인이었던 우리는 바형 테이블로 안내받았다.

반숙달걀이 120엔, 완숙달걀이 100엔. 반숙달걀이 왜 더 비싼 건가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일단 달걀 하나가 천원을 넘어간다는 것부터 가격이 심상치 않다. 그렇다. 이곳은 상당히 가격이 비싸다. 기본적인 큐슈 장가라 라멘의 토핑 전부다(全部入り)가 1000엔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테이블에 앉기 전 직원이 메뉴판을 건네준다. 일본어 메뉴판인데 한자를 하도 날려 써서 무슨 소린지 못 알아먹었다. 친구도 전혀 감을 못 잡자 직원이 친절하게도 다국어 메뉴판을 꺼내주었다. 한국어도 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찰나 상당히 재미있는 문구를 발견했다.

(참고로 한국인에게는 전혀 맵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메뉴판 센스가 정말 대단했다. 한자가 읽을 수 없다면 A~E 세트(セット)라고 말하면 그쪽에서도 음식을 줄 때 ~세트라고 말해준다. 그렇게 대기시간 동안 미리 주문을 해 두고 나중에 자리를 안내 받으면 음식을 가져다 준다. 나는 큐슈 장가라 라멘 각육(角肉)을 주문했다. 가격은 800엔. 비싸다.

주문했던 큐슈 장가라 라멘 각육. 각육 답게 토핑이 파와 고기다. 한눈에 봐도 느끼해 보이는 음식. 자신이 느끼한 음식이 자신 없으면 위 메뉴판의 매운 라면에 매운 토핑을 추가해 먹어보도록 하시라. 하지만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고기육수 베이스기 때문에 진한 고깃국에 짬봉보다 살짝 얇은 면을 넣고 그 위에 고기를 얹은 느낌이 그나마 말로 형용할 수 있는 최대한. 그런데 오른쪽의 고기가 정말로 익힌 건지 붉은색이 전혀 사라지지 않은 상태였다. 실제로 먹어봐도 그저 표면만 익혀둔 느낌이었는데, 각육이라는게 저 핏기 보이는 고기를 말하니 참고하라.

그리고 도쿄 여행 3일차에 처음으로 숟가락을 보았다. 돈까스(스프를 시키지 않았다), 덮밥, 미소된장국을 먹어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숟가락이 라면 먹을 때 나온다. 물론 일본음식에서 숟가락은 어디까지나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용도라 우동, 라면 같이 국물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만 나온다.

친구의 전부다(全部入り). 계란, 명란젓, 고기를 다 넣은 것이다. 친구 말로는 나름 먹을 만 했다고.

나름 맛있게 식사를 하고 타케시타도리를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