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국망봉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면 일단 길이 무지하게 좁아진다. 1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풀이 무성해서 짧은 바지나 짧은 티를 입고 지나가면 가시가 있는 식물들에 의해서 피부가 긁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를 녀석들이 주위를 감싸버려 가시거리가 채 10m가 안될 정도로 흐렸다.

딱 이런 느낌. 비로봉에서 바로 내려가는 사진인데, 벌써부터 길이 좁다. 국망봉까지의 길은 대체로 이 길 보다 비좁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등산지도들에 속지 말자. 지도 상으로는 비로봉에서 국망봉까지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고저차가 심하고 험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길도 닦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등산로라고 보면 된다. 전까지는 능선을 타고 가서 나무들이 별로 없는 모습이었지만 여기서부터는 나무들이 무성한 곳으로 들어간다. 곳곳에 진흙이 있고, 미끄러운 돌들이 있다. 그리고 앞에서 왔던 길 보다 훨씬 내려가고 올라가는 길이 많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험하다. 내려와서 들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많은 유경험자들이 초보자들에게는 가지 말라고 하는 코스 중 하나라고 한다.

한가지 좋은 점이 있다면 더운 여름 속에서도 여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원하고 센 바람이 불고, 햇빛 하나 안 내려오는 등산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는 것이다. 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능선부분이 나오는데 바람이 너무 세서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시간상으로는 그렇게 길지가 않다. 험난하지만 직선거리가 짧기 때문에 느긋이 가도 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다.

국망봉 근처에 다다르면 비로봉때와 마찬가지로 나무들이 적어지고 풀의 비중이 높아진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좁다.

그리고는 갈림길이 나오고 국망봉 0.3km라고 나오면 거의 다 온 것이다.

그리곤 이 돌들이 많은 구역에 도착하면 국망봉이라는 단어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조금 쉬다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방향은 초암사까지(위 지도 참고). 앞의 지도에서 4시간 반이라는 무서운 시간을 가리키는 경로이기도 했다.

내려가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무시무시한 수의 계단이 나타난다. 흡사 깔딱고개를 연상시키는 무서운 경사와 계단의 숫자. 하지만 올라갈때는 계단이 힘들어도 내려갈 때는 계단만큼 편한 곳도 잘 없다. 그렇게 길을 내려가다 보면 몇 가지 특이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

먼저 보이는 바위는 돼지바위.

난 아무리 봐도 머리는 소이고 귀는 돼지인데, 옆에 표지판으로 돼지바위라고 크게 써 붙혀놨길레 그냥 돼지바위라고 한다. 계단을 거의 다 내려가는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또 하나는 봉두암이라는 바위인데,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한다.

음…. 글쎄? 난 그 옆에 붙어있는 소나무 쪽이 더 신기한데 말이지??

그리고는 또 끝없는 계단.

내려오면서 느낀 거지만 실제로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반은 아니지만 체감상 걸리는 시간은 정말 4시간 반이었다. 아무리 내려가고 내려가도 표지판 하나 안 보이고, 길은 이어지고, 몸은 지치고 지겨워진다. 정말 다리가 아플 정도로 뛰어다니면서 빠르게 내려왔는데도 계곡을 끼고 다녀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겹다. 차라리 깔딱고개쪽으로 내려갔으면 훨씬 빠르게 내려갔을 것인데 말이다.

중간에 만난 개구리씨. 카메라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아서 과감하게 용서를 구하고 강제플래시를 터뜨렸는데도 딱 포즈 취해주시고 천천히 갈 길 가신 이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그렇게 약 2시간 반 이상을 걸어서 내려오니 초암사가 보인다.

문제는 교통편. 여기에서 어떻게 희방사로 돌아가야 하는 것에 대한 것이었다. 콜택시를 많이 부르는데 114에 전화 걸어 택시 회사에 문의하니 초암사~희망사 구간 요금은 5~6만원 정도 든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돌아오는 길의 거리가 장난 아니게 길었다는 것. 희방사에서 희방사주차장까지 걸어가 버스를 잡으려는 분이 있다면 그 생각도 그만 두는 것이 좋다. 포장도로를 한참동안 걸어가야 하므로 중간에 걸어가다 결국 택시를 부르고 말 것이다. 버스도 촌이라 자주 오는 것이 아니고, 일단 풍기읍까지 버스가 있고 그 다음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환승 아니다!) 희방사까지 가야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것.

주변 분들의 말을 들어보니 우리들처럼 소백산 종주코스를 달리기 위해서는 두 팀이 따로 희방사, 초암사에 차를 대고 따로 올라가서 중간에 만나 다시 따로 내려가는 방법을 취하거나 아니면 관광버스를 이용하여 내려가는 방법을 사용하라고 한다. 부디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가는 분들은 우리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