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백화점??

우리 여행의 특징은 목적지를 정해두고 교통 수단까지만 딱 알아보고 그 다음부터는 자신의 길의 감에 맞기는 것이었다. 애초에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그저 겉핥기 식 여행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우리들은 그런 속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 일정을 다 채우든 채우지 못하든 조금은 여유롭게, 길을 잃어버리면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 물어보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둘째 날 심한 꼴을 당하지만ㅋㅋ

우리는 뭣도 모르고 유라쿠쵸 중앙출구로 나왔다. 나오니 택시 승강장이 있고,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처음 받은 거리의 느낌은 '깨끗하다' 였다. 사실 요즘에는 우리나라도 도시미관에 상당히 신경을 써서 대구만 하더라도 중앙로 리모델링(?)을 시행하면서 상당히 깨끗해졌다. 아마 여기도 대도시이기 때문에 그렇겠지. 그런데도 왜 깨끗한 느낌을 받은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아마 내 속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더러운 편이다 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다시 거리를 보면 나무에는 저렇게 극히 절제된 공간만이 제공되고 울타리를 쳐놓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각형의 큼직한 구멍을 뚫어주고 그 위에 철망을 덮는 방식이 많은데 여기는 자라나는 나무가 불쌍해 보일 정도로 공간이 협소하다. 여러 대중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일본의 정원의 모습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그저 자연이 살아가는 곳에 조심스럽게 건물을 세우고, 감상하는데 만족하는데 비해서 일본은 가공된 미를 추구해 마당에다 자갈을 빈틈없이 깔거나 돌로 덮어버리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뭐 서로의 입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이겠지만, 예전부터 이어져 온 풍습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어 거리의 인상에 차이를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목표는 긴자 소니 빌딩. 그런데 문제는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모르겠다. 거리 신호등에는 긴자몇정목 (銀座_丁目) 이라고 붙어있고 긴자의 경우 길이 대부분 일직선이라서 장소의 위치를 알면 쉽게 원하는 곳을 찾을 수 있긴 한데, 우리는 그런 거 모른다. 그저 걸어갈 뿐이다. 다행히 걸어가다 보니 유명한 소니 빌딩이 보인다. 이 건물은 이제 거의 랜드마크화 되어가는 분위기다.

요즘 3DTV에 대해서 상당히 산업계에서는 핫이슈인데, 내가 여행을 간 2월달에도 여기서는 3DTV에 대해서 열렬한 홍보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입구에서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TV제품. 요즘 삼성이나 LG가 세계적으로 잘 해줘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고가정책을 유지하는 소니의 경우 상당히 사업에 타격을 본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TV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약한 기업은 아니기에, 이렇게 자사 홍보관 에서도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는 거겠지. TV얘기를 하면 일본산 TV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주제와 크게 벗어나므로 이쯤 하도록 하겠다.

3D TV에 대해서 잠깐 언급해본다. 3D체험관이라고 해서 영화와 게임 체험을 할 수 있었는데, 무시하려고 해도 안내원이 안경을 건내면서 한번 보라고 한다. 일단 한번 봐주기로 하는데..

3D가 안 보인다.

뭐지, 안경을 벗었다 꼈다가 해도 전혀 달라지는 게 없다. 확실히 주사율을 2배로 해서 3D 효과를 노린 것 같지만 안경이 이상한지 난 안 보인다. 문제는 옆에서는 스고이 스고이 하면서 참 재밌게 본다. 쌍. 뭐지 이 기분은.

이 곳의 특징은 계단의 구조를 매우 짧게, 그리고 많이 만들어 둬서 여기가 몇 층인지 감을 못 잡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 올라가니 MP3와 PS3가 전시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XB시리즈 헤드폰-이어폰. 난 한국에서 이미 청음 한 적이 있는지라 무시하고 조금 더 고가제품을 청음 했다. 곡들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제대로 된 청음은 하지 못했다.

소니 제품이 다른 회사보다 유명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아닐까. 착용하고 있는 제품도 노캔 지원 제품이다.

그리고 PS3에는 NFS SHIFT. 그 많고 많은 게임 중에 왜 하필 EA게임인가. 안 그래도 집에서 열심히 하고 있던 게임이었다. 일본산 PS3 최적화 게임도 많구만. 직원이 같이 하자고 하길래 무시하고(직원이 같이 PS3를 해주던데, 하는 사람이나 해주는 사람이나 정말로 못하더라. 괜히 무의식 중에 실력 내버리면 괜히 직원에게 미안해지니까 ㅋㅋ) 나중에 직원이 없어지자 싱겁게 1등 한번 찍고 왔다.

계속 올라가면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 DSLR, 바이오 등이 있다. 소니가 방송장비에 있어서는 적수가 없는 걸로 안다. 아무리 다른 회사가 발버둥쳐도 방송에서 쓰는 장비들, 특히 영상촬영장비는 소니가 압도적으로 많다. 물론 스튜디오 모니터링 장비도 일본에서는 CD-900, 우리나라에서는 7506 헤드폰이 거의 표준으로 잡혀져 있다. 우리가 방송에서 녹음하면서 사용하는 그 투박한 검은색 헤드폰이 전부 소니꺼라는 것이다. 소니가 Personal Device 시장에서는 상당히 후퇴했다고 하지만 이런Professional 시장에서 거대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 주위에서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용 소니 캠코더의 비율은 상당히 줄어든 건 사실이다. MD 실패 후 MP3 시장에 뛰어든 소니의 제품을 쓰는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본적이 있는가? 바이오의 고가 정책으로 인해 바이오는 어디까지나 동경의 대상으로 남아버렸다.

제품 이야기는 적당히 끝내고 다시 쇼룸으로 돌아온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제품 상담 코너가 종류마다 하나씩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제품구입도 가능한 것으로 안다. 실제로 상담하는 사람도 몇 있었다. 난 소니의 미친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대학생이라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었었지만. 대신 카메라나 노트북은 실컷 만지고 왔다. 소니의 DSLR 브랜드인 알파 쪽은 요즘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개인적으로 노리는 기종도 소니 꺼다. 국내에도 만질 수 있는 곳이 있지만, 옆에 전시해 둔 무서운 렌즈들과 직접 성능 테스트를 위해 놔 둔 사물들을 찍는 재미도 쏠쏠하다.

4층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바이오를 볼 수 있었는데, 아마 사진을 유심히 본 사람들은 전철 안에 바이오 광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 바이오 넷북은 넷북 주제에 가격이 ㅎㄷㄷ하다 하지만 무지 이쁘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바이오 정말로 예쁘고 편하다. 다만 비쌀 뿐이다. 한가지 부러운 것은 대부분의 모델에 윈도우가 전부 64비트 버전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64비트 쓰면 성질 나서 죽는다. 표준을 벗어난 자체규격 때문에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그에 비해 64비트 에디션을 써도 문제 없는 외국, 더군다나 가까운 일본에서도 사용 가능하니 참 부러웠다.

더 보려고 하니, 이런. 공사 중이란다. 아마 지금은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소니 제품을 상당히 많이 보고 만져봤으니 만족한다.

거리로 나오니 거리가 어두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