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친구를 따라 갔을 뿐이었습니다. 친구나 저나 직관은 처음이었기에 설랜 마음을 가지고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오사카 성은 가봤어도 처음 가본 오사카성 홀에서의 라이브도 보고



하루의 마무리인 아베노 하루카스에서 야경도 보고



맛있는 야식도 먹고 온천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그렇게 내일도 알차게 보내자며 잠에 들었는데



침대에 누워서 노트북을 보고 있을 때 마치 전철이 지나가는 것처럼 저를 흔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흔들림은 몸을 못 가눌 정도가 되었고, 휴대폰이 재난 문자 소리를 내기 시작할때 쯤


지진이다!


바로 뛰쳐나가 방 문을 열어두고 낙하물을 확인한 다음 TV를 틀었습니다. 



저는 집에 올 때까지 오사카에서의 6弱[각주:1]의 의미를 알지 못했습니다.


직하형 지진으로 생각보다 오래 흔들리지 않아 호텔 방을 포함해 별 이상이 없었으며 거리도 그저 평범한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도 6이면 포항 지진과 같이 아수라장이 된 것과 비교했을 때 역시 일본인가 싶을 때 쯤 뉴스 자막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1. 운행 미아와세(運転見合わせ)



노란색 박스 안에 표기되고 있는 [運転見合わせ]라는 표기가 나옵니다. 한자를 보면 무언가 맞추고 있는 뜻으로 보이지만 역하면 보류, 즉 운행 일시 중단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즉 오사카에 다니는 모든 열차가 운행을 멈췄습니다. 시내 전철뿐만 아니라 시외로 나가는 JR/사철까지 모두 멈춰버렸습니다.

 


당시 교통상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amu.wiki/w/2018%EB%85%84%20%EC%98%A4%EC%82%AC%EC%B9%B4%20%EC%A7%80%EC%A7%84#s-2.1


여기서 1차 멘붕.  호텔에서 난바까지 가려고 보니 걸어가는 게 가장 빠르다는 결론까지 나와버립니다. 


다행히 10시 반 쯤 텐노지로 가는 미도스지선이 운행을 재개하였고, 짐을 챙겨 11시가 다 되어 호텔을 나섰습니다.


1-1. 최신 정보는 각사 홈페이지 또는 구글맵에서


일본어가 안 된다면 발을 동동구르거나 번역기를 돌려야만 하겠지만, 일본어가 읽을 수 있으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게 가장 빠릅니다. 전 호텔에서 오사카 메트로 홈페이지를 10분마다 갱신하면서 운행 재개상황을 확인했습니다. 역에서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으니까요.

구글맵은 그 다음 방법입니다. 거의 실시간으로 운행정보가 업데이트 되어 경로계산에 반영되기 때문에 출발 전에 경로를 다시 찍어보시기 바랍니다.

NHK뉴스, 트위터 등을 확인하면서 정보를 얻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각사 홈페이지만큼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1-2. 운행 재개했다고 했지 정상적으로 움직인다고는 안 했다.


다행히 미도스지선은 오사카 메트로 측에서 임시열차를 다 때려박아 배차간격을 엄청 줄여서 정상적으로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난바로 향하기 위해 난카이를 탔을 때 문제가 생겼죠. 전광판에 도착 정보가 나오지 않아 역무원에게 물어보니 운행중이니 가보면 된다고 했습니다. 올라가니 열차가 서있길레 바로 탔죠. 하지만,



분명 난바행 급행을 탔는데 10km/h 정도로 기어가다 결국 멈춰버립니다. 그리고 나오는 안내방송이


"현재 우리 열차는 진행 신호를 대기중입니다"

"현재 난바역 모든 플랫폼에 열차가 정차중입니다. 열차가 빠질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평소 5분 거리를 25분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에어컨이 나와서 다행이지 앉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저 폰을 처다볼 수밖에 없었고, 곧 데이터 QoS에 걸려 톡만을 확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2. 임시휴업은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전철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텐노지에 도착했을 때 친구가 Q's Mall에 살 것이 있다고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인파를 뚫고 겨우 도착했더니


오늘 큐즈몰은

임시휴업입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야 씐난다

전철비 들여서 겨우 왔더니 휴업이라니.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덴덴타운의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사실상 메인인 애니메이트, 게이머즈, 토라노아나, 라신반, 멜론북스, 토레쟈라스, K-Books 등 유명한 가게들은 다 임시휴업에 들어갔습니다. 허탈하더군요. 전날 오전에 무리해서 여길 돌 걸 하면서 원망하였습니다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누굴 탓하겠습니까.


다행히 세가나 타이토의 게임센터, 소프맙, 슈퍼포테토, 그리고 작은 가게들은 영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프맙 같은 경우에는 진열장 안 피규어가 넘어가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결정적으로 가격적인 메리트가 없는 곳이었죠. 그나마 오후 3시 넘어서 피규어계 본좌급인 JUNGLE이 문을 열면서 그나마 목표하던 물건을 살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텐노지 역 근처에 있던 애니메이트와 라신반은 영업하더군요. 여기 애니메이트는 99% 여성향이라서 차마 들어가진 못하고 라신반에 갔는데 물량이 빈약한 건 예상한 부분이지만 바가지는 커녕 난바점이나 아키바의 평균시세보다 더 싸더군요(치카 네소가 800엔밖에 안하는 매직). 다른곳보다 ~20% 정도 저렴한 가격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른 양판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부품가게나 휴대폰 대리점 들도 임시휴업을 붙히고 셔터가 내려간 상태였습니다.


3. 음식점은 왠만하면 한다



다행히 도톤보리쪽 음식점은 대부분 영업을 개시하였습니다. 성지(?)순례를 위한 타코야키를 먹고 점심으로 뭘 먹을까 고민했을 때 문이 닫아서 못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잠깐 쉴만한 카페도 문을 닫은 경우는 거의 못 봤습니다. 


4. 항공기도 왠만하면 뜬다



공항은 평소보다 카오스한 분위기, 특히 위 사진의 버스정류장이 난리긴 했지만 평소처럼 수속을 받고 출국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간사이 공항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이타미 공항(오사카 국제공항)에는 이착륙이 금지될 정도로 피해가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 비행기가 연착/취소될 수 있으니 뉴스를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공항 공식 홈페이지는 이럴 때 도움이 안 되더라구요.


5. 지진이 나면 하루를 날렸다고 생각하자


다행히 피해가 크지 않아 대부분의 가게는 다음 날 영업을 재개하였다고 하지만 저는 지진 발생 당일에 귀국해야하는 상황이라 피해를 직격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지진 나면 일단 뉴스를 보자

구글에 안 떠도 문 닫았다고 각오하고 움직이자

교통편은 공식 홈피와 구글 정보를 참조하자


지진이 나면 가장 중요한 건 내 목숨이고, 그 다음은 내 재산입니다. 무리하지마시고 정보를 충분히 얻으신 다음 움직이세요.

  1. (일본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23년 이후로 최대 규모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