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참 많이 온 날이었습니다. 조용히 음악듣고 있는데 밖의 직원들은 눈 엄청 온다고 분주하게 움직이셨죠.


근 1 년 만에 방문한 이어폰샵 청음기입니다. 이번에는 가게 앞 사진이라도 한 번 찍어볼까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와서 FAIL.




대신 이번에 흥미로웠던 이렇게 휴대용 앰프가 쭉 놓여있더군요. 충전도 다 되어있어서 청음도 가능했구요. 다만 앰프가 필요한 K701 같은 녀석을 제외하면 앰프간의 매칭에 대해선 저는 아직 잘 모르겠더군요. 애초에 앰프가 필요없는 녀석들만 샀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예전 MP3의 경우 앰프를 물리고 안 물리고의 차이가 꽤 있었는데 지금은 글쎄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앰프가 휴대용 앰프에 들어가는 타입과 비슷한 녀석이라서 '출력이 잘 나온다 = 앰프가 필요없다' 공식이 어느정도 성립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는 이어폰 & 헤드폰 청음기입니다. 간간히 노트북으로 글 작성했는데 거의 A4 10장 분량이네요. 여튼 편의상 반말체로 쓰였으니 이 부분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이어폰


ATH-IM01

싱글듀서 모델이 20만원이 넘는 제품이라 첫 느낌은 부담스러웠다. 소니의 XBA-1 모델과 같이 저렴한 싱글듀서를 박고 비싸게 받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의외로 소리는 준수했다. 저음이 조금 많고 청량감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진동판의 저음 울림을 재현하기 위한 튜닝이 이뤄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저렴하다면 BA 입문자들에게 적당해보였다..

다만 착용감이 썩 좋진 않았다. 깊은 삽입이 불가능한 구조는 둘째치고 귀에서 팁이 잘 고정되지 않는다. 만약 이어폰샵 장착된 것이 기본팁이라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소리가 비슷하면서도 착용감이 더 좋은 다른 제품을 추천하고 싶다.


ATH-IM02

이 역시 내 예상을 완벽하게 뒤집은 소리를 냈다. 위의 01 모델이 대중음악을 신나게 들을 수 있는 튜닝이었다면 02 모델은 조금 더 플랫에 가까운 모델이었다. 많았던 저음이 상당히 절제되고 고음이 더 잘나왔으며 보컬 역시 더욱 또렷해졌다. 조금 과장되어 말하자면 같은 시리즈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차이가 났다. 소리 역시 가격대에 걸맞는 기본기가 있었고, 저음이 빠진 만큼 오테 특유의 고음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전혀 착색 같은 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듀얼듀서 소리였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저음의 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TWFK 듀서를 쓴 제품과 유사한 FR 튜닝이라서 깡통소리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 특히 같은 시리즈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러할 것 같다.


ATH-IM03

03모델은 또 나의 예상을 뒤엎고 02와는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다. 02모델이 서자였고, 03은 01 모델의 업그레이드판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저음이 잘 나오는 중 다른 영역들이 이 저음에 따라가는 인상이었다.

하지만 같은 소니의 BA 시리즈들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성능이 떨어지는 인상이 있었다. XBA-3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었던 반면 XBA-30은 그럭저럭 저음과 고음에 강한 인상을 줘서 구매를 고려했던 제품들이었는데, 그런 비교제품들보다는 강렬한 인상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03모델이 플랫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저음이 많고 중음과 고음이 이를 적절하게 따라가는 형상이기 때문에 비교시 조금 어정쩡하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착용감 역시 같은 유니버셜 커스텀 형태가 이어지고있는데 “설마 XBA-3보다 착용감이 나쁘겠어?”라는 걱정에 03은 “당연하지!”라는 말과 함께 최악의 착용감을 선사해주었다. 나의 귓바퀴가 작았던 것도 있겠지만 “정말 이게 편하라고 만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좋지 않았다. 같은 디자인의 02까지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03은 부담스러웠다.


ATH-IM04

그런 가운데 들은 04 모델은 최악이었다. 귀에는 제대로 들어가지도 않고, 무겁고, 불편했다. 그렇다고 소리가 좋았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안개가 몇중으로 낀 듯한 답답한 소리. 차라리 03의 소리가 훨씬 좋았다고 느껴질만큼 04에서는 “이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둔탁하고 많은 양의 저음을 결국 나는 감당하지 못하고 금방 내려두었다.


IM70

오테에서 듀얼 진동판을 하나의 드라이버에 조합한 하이브리드 이어폰을 내놓았다. 그런데 가격대가 상당히 저렴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안 가질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맞았다. V 형태의 자극적인 음색이긴 한데 왜 굳이 이걸 하이브리드로 만들어야했을까하는 의문이 남았다. 그래도 예전에 나왔던 듀얼 진동판 커널의 흑역사 제품보다는 낫지...


XBA-H3

이번 메인 청음대상 중 하나였다. 인터넷에서 정말 좋은 평을 많이 들을 수 있었던 만큼 이 제품만큼은 들어보겠다고 해서 들어봤다. 

H3에 대해서 언급하기 전에 먼저 소니에서 출시한 ex1000 모델에 대해서 언급할 필요가있다. 소니가 자체 BA를 개발하기 전에 버티컬 진동판을 채용한 ex1000 모델이 괜찮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이 모델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놀랄만큼 좋은 저음 분리도와 커널형에서 느끼기 힘들었던 넓은 스테이징을 제외하면 피크가 쏘고 1k대가 꺼지는 소리였다. 차음성까지 떨어져 실내에서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제품이었기에 장점을 택하기엔 단점이 너무나도 많은 제품이었다.

그런 가운데 기존 XBA의 듀서와 이 진동판 구조를 조합한 H3의 소리는 생각 외로 괜찮고, 생각 외로 별로였다. 좋은 소리였다. 하지만 소니 제품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유의 FR 커브는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XBA-3,40 시리즈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어느 정도 진화가 이루어졌다. 어딘가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저음부분이 확실히 좋아졌다. Ex1000같은 엄청난 분리도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밀도감이 생긴 저음이 마음에 들었다.

그에 비해서 중음과 고음은 XBA 시리즈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문제는 1~3k대의 딥과 7k대의 피크가 은근히 거슬린다는 것이다. 소니 제품을 많이 소지하고 자주 사용한 분들은 이 딥과 피크에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평소 플랫 위주의 리시버를 사용한 분들에게는 이 딥과 피크가 상당히 거슬릴 수 있다. 나 역시 이 소니 특유의 FR커브가 딱히 싫은 건 아니지만 마음에 들진 않아서 구매는 하지 않을 것이다.

착용감은 ex 시리즈를 착용한 사람들이라면 큰 문제 없이 착용될 것 같다. 유닛이 크고 무겁긴 하지만 착용이 심히 어렵거나 하진 않다. 하지만 편하지는 않기 때문에 장시간 착용이 살짝 어려울 것 같긴 하다.

케이블에 달린 이어가이드는 탄력이 너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부드러웠다. 내구성이 걱정될 정도로 부드러웠는데, 이렇게 부드러웠는데도 터치노이즈를 다 걸러내지 못해서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H2, H1

H3 청음 이후에 들어봐서 별 감흥이 없었다. 굳이 비교해보면 XBA-1,2,3의 형태를 보는 것 같았다. 가격이 저렴해질수록 속칭 싸구려 소리가 난다. XBA 시리즈가 그랬던 것만큼 주력인 3 모델을 제외하고 숫자가 작은 1,2 모델들은 그렇게 좋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특히 H1 모델은 오히려 작고 가벼운 XBA-1(10) 모델이 더욱 나은 소리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쪽을 추천한다. 아니면 자연스러운 진동판 소리를 원한다면 아에 BA가 빠진 동사의 진동판 커널을 추천한다.


T-PEOS H-200

국내 최초 하이브리드 이어폰이고 우리나라 업체라서 나름 응원해주고싶은 업체인데, 그에 비해서 소리는 그렇게 마음에 들진 않는다. 혹자는 K3003에도 필적하는 성능이라고 하는데 그건 진짜 아니고, 앞서 평가한 IM70보다는 좋은 소리이지만 어딘가 단점을 계속해서 남기는 이어폰이었다. 원래 플랫한FR로 승부하는 회사가 아닌만큼 다이나믹한 소리를 기대해봤는데 이도저도아닌 어정쩡한 소리. 거기에다가 다이나믹의 존재는 너무 컸고 BA는 너무 쐈다. 쉽게 말하면 진동판과 BA가 완전히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었다. 혹자는 네트워크 설계가 이상하거나 아에 없는 게 아닐까 하던데 나도 여기에 공감한다. 거기에다가 내부에 BA용 필터를 쓰지 않은건지 치찰음까지 작렬.

원래 이런 이어폰류는 정답이 없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난 그래도 이 이어폰을 선택해야하는 이유를 아직까지 모르겠다. 브랜드고 디자인이고 뭐고 소리만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 이어폰을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음색이 잘 맞는다면, EQ를 과감하게 쓴다면 모르겠지만 일반 포터블기기의 플랫음장으로는 나랑 맞지않았다. 차라리 트파를 썼으면 썼지….


H-100J

전반적으로 H-100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순해진 소리를 보여주는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서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될 것 같다. H-100 자체에 관심이 별로 없기에 끝.


TANK

탱크 내구성을 자랑한다고 했던가.. 여튼 정말 무식하게 생긴 디자인인데 재질 느낌은 참 좋다.

소리는 그냥 저가커널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리. 하지만 예쁨을 추구하기보다는 내구성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충분히 수요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유닛이 깨지는 경우보다 단선이 훨씬 많이 일어나니 정작 중요한 건 선재의 내구성이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의 내구성을 테스트할 수는 없으니 실제 구매를 추천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MX400 II

그 유명한 MX400의 후속 제품이다. 다만 그 사이에 MX271등의 쟁쟁한 경쟁자(?)들이 출시했기 때문에 많은 관심은 없는 상태.

구형 MX400을 소유했지만 소리가 전혀 기억나지 않아서 신형을 두고 평가하면, 기존 mx400은 솜 없이 듣기에는 너무 중음만 강조되는 소리라서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건 솜 없이 들어도 큰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체적인 소리는 mx400의 소리와 상당히 유사한데 조금 더 최근 음악에 맞는 다이나믹한 튜닝이 이뤄진 것 같다.

하지만 고역이 정돈되다 못해 심심할 정도여서 일렉트로닉 장르의 음악에서는 여전히 좋은 매칭은 아니다.


K3003

메인 카운터 앞 펠리칸 케이스에 곱게 담겨져있는 최고가(?) 유니버셜 이어폰인 AKG의 K3003. 어차피 제 능력을 크게 벗어나는 이어폰이기 때문에 그냥 하늘의 떡 처다보듯 들어본 제품이다.

근데 정말 왜 사람들이 이 이어폰에 대해서 추천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정말 나에겐 이보다 좋은 소리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나랑 잘 맞는 이어폰이었다. 저,중,고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영역에서 화려함과 정확성을 가진 소리. 스테이징도 기대이상이고 분리도도 뛰어나다. 다른 하이브리드 이어폰에서 자주 느꼈던 진동판과 BA의 궁합에 대한 이질감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딱 한 두 가지 취향이 갈릴만한 건 저음양이 살짝 많게 느껴지는 것과 재질이 재질이다보니 유닛이 무거웠던 것인데, 다른 모든 장점들이 이 단점을 가려주고 남을 정도다.

돈만 있었더라면 그 자리에서 결제해도 후회없었을 만한 퀄리티였다. 왜냐면 이 이어폰을 듣고 난 뒤 IE800, UE900 모두 오징어로 변해버렸으니까…


IE800

역시 이어폰샵 카운터에서 펠리칸 케이스에 담겨진 제품이다.

저음위주의 튜닝이었단 IE8,80에 비해서 BA 느낌이 나는 소리로 튜닝된, 사실상 다른 제품으로 불릴만한 800이다. 음색은 IE80보다 저음이 줄고 고음이 많아졌지만 가격에 어울리는 성능과 젠하이저 특유의 살짝 어두운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디자인 역시 깊은 삽입이 가능하도록 작고 가벼운 유닛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이미 종결자 3003이 IE800을 오징어로 만들어버렸으니…


UE900

친구에게서 트리플파이와 비슷한 소리라는 말을 들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제품이었다. 트파가 화려한 소리였다면 UE900의외로 밸런스가 괜찮았다. 하지만 인도어에서 쓰기에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있었고 아웃도어에서 즐기기엔 적당한 것 같았다. 트파에 비해 조금 절제된 중저음과 차분해진 고음이 트파를 생각한 사람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지만 트파가 본래 호불호가 강했던 제품인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대중적인 소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 녀석 역시 3003에 의해 오징어화되었으니..


그 외 커스텀 모델(UE-18, JH-16 등)

커스텀 모델들을 청음하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저음이 많다”. 아무래도 스테이징 용도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 커스텀 모델이기 때문에 저음이 많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은 커스텀 모델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플랫을 먼저 추구하는 나로써는 안 맞는 부분도 있었다. 아직까지는 보류.


헤드폰


MDR-10NC 10BT, 10R

이번 소니의 신작 헤드폰, 10 시리즈는 말 그대로 씹시리즈가 되어가는 것 같다. 1R이 왜 칭찬을 받은지 모르는건지, 지금 트랜드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건지 도저히 같은 시리즈의 후속작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소리가 좋지 않았다(물론 소니에서 1RMK2같은 녀석을 후속작이라고 내놓긴 했다. 하지만 넘버링 상 1-10은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 특유의 패드와 작은 하우징에서 나오는 심히 적응하기 힘든 저음의 양과 둔탁함(특히 10R)은 이걸 왜 사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안티를 육성하게 될 소리였다.

전체적으로 저음이 강하지만 그래도 R, NC, BT 모델간의 차이는 존재한다. NC모델이 그나마 다른 영역까지 잘 들리는 편이며 BT모델은 그 중간, R모델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을 보여준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느낀 점이며 이 소리가 잘 맞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1R로 그런 밸런스를 보여줬는데 왜 이렇게 급격하게 저음이 많아졌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착용감은 1R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 그럴만한 게, 1R은 어라운드 이어 스타일로 귓바퀴가 하우징 안의 패드에 다 들어가서 귀를 직접적으로 누르는 일은 없었지만 10R은 온이어 스타일로 귓바퀴 위에 헤드폰이 얹어지는 형태이다. 호불호가 있고 아웃도어 용으로는 온이어 스타일이 가볍고 차음성이 좋지만 장시간 청음에는 비교적 불편한 게 사실이다.


UE9000, UE6000

얼티밋이어에서 왜 뜬금없이 헤드폰을 내놨을까? 그것도 음향기기가 아니라 게이밍 기어같은 디자인으로. 이런 선입견이 있어서 별로 기대를 안 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의외로 상당히 좋았다. UE라고 해서 트리플파이와 같이 은근히 자극적인 음색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꽤나 플랫한 소리였다. 게다가 오픈형도 아닌 밀폐형에서 이 정도면 다른 쟁쟁한 밀폐형 플랫특성의 모델들과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감에서도 딱히 흠잡을만한 구석은 없었다. 

다만 고역의 롤오프라고 표현하던데 고음이 조금 꺼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6000과 9000은 소리면에서 어떠한 차이도 없다고 하는데 기분 탓인지 청음샵의 두 모델간에는 소리의 차이가 있었다. 

또한 마이크 및 리모트가 달린 컨트롤, 유난히 튀는 컬러 배치 등 디자인이 조금 튀는 형태라서 이쪽 부분의 호불호는 확실하게 갈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불호.


Fidelio X1

필립스에서 헤드폰을 내놔봤자 뭐 좋은 게 나오겠나 했던 사람들을 깨갱하게 만든 거의 젠하이저의 HD600/650 시리즈를 직격하는(혹은 이를 타겟으로 한)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면 충분히 레퍼런스 급이라고 부를만하다고 인정한 제품이기도 하다.

저번 HD6000 사용기에서도 언급했지만 다음 헤드폰 후보 중 하나라서 필수청음후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역시 기대한만큼 괜찮았다. 헤드폰 음색의 레퍼런스로 잡고 있는 HD600에 필적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쏘지 않고 플랫하면서 분리도가 좋은. 패드가 조금 탄력이 강하긴 했지만 나름 편했고, 소리 역시 레퍼런스로 쓸 수 있을 만큼 괜찮았다.

딱 한가지의 문제가 있다면 저음이 살짝 부풀러오른 곳이 있다. 150~250 Hz 부분에 약한 피크가 존재하는데 이게 살짝 신경쓰다보니 계속해서 거슬렸다. 만약 이 제품만 계속 사용한다면 별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다른 제품들과 비교하니 저 약한 피크가 내 발목을 잡아버렸다. 특히 HD600에는 저런 피크가 존재하지 않아 더욱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단 구매는 보류. 왜냐면 HD600이 수리 관련으로 이어폰샵에 없었기 때문이다…


HD650

그래서 아쉬운 대로 HD650으로 대신 비교청음을 했다. 기분 탓일지 아니면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x1보다는 한 단계 정도 급이 높은 소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건 HD600, X1보다 저음이 조금 더 나와있어서 엄밀히 말하면 조금 특색이 다르다. 최근 저음 양을 조금 더 늘리는 방향으로 음악을 들어와서 HD650이 잘 맞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보니 HD600보다 못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이왕이면 HD600이 나을 것 같다.


HD700

아직도 이 제품으로 1분 이상 음악을 듣기가 힘들다. 이어폰샵의 제품이 고장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고음 부분이 쏜다. 앰프를 물리거나 해봐도 별 다른 변화가 없다. 이 제품은 그냥 나랑 안 맞나 보다.


SRH1540

슈어에서 나온 신제품. 넘버링과는 다르게 1840과 가격 타깃이 완전히 동일하다. 구멍이 슝슝 뚫린 패드가 인상적이다.

1840과 1440이 오픈형인 것에 비해서 1540은 밀폐형이다. 하지만 패드가 차음을 위한 패드가 아니기 때문에 아웃도어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밀폐형이지만 패드가 갑갑한 느낌을 컨트롤해준다.

성능 역시 1840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1840이 저음이 적어서 조금 가벼웠다면 저음이 많아진 만큼 더 깊이있는 소리를 내준다. 하지만 모니터링 성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베이어다이나믹 t 시리즈

베이어의 상급 기기들은 모두 이상한 소리를 낸다. T50p의 경우 가격대가 가격대인데다가 포터블 용이라서 플래그쉽이 아니라 그렇다 치지만 T1, T5P는 백만원이 훌쩍 넘는 기기들인데 데논의 플래그쉽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랄까, 소리가 직설적이지 못하고 빙빙 둘러가는 느낌이랄까. 테슬라 드라이버와 이상하게 배치된 드라이버 때문인지 다른 슈어나 젠하이저의 플래그쉽에서 느끼는 소리와는 차이가 큰 것같다. 혹자는 이를 귀에 도달하는 정보량의 차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을 다른 제품들과는 다른 이질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DT990까지는 괜찮은 소리였는데 왜 T 시리즈들은 한결같이 마음에 안 드는건지 잘 모르겠다. 어차피 살 일도 없을꺼고..


그 외의 저번 청음기와 중복되는 모델들은 생락했습니다.


여튼 결국 이번에 결론을 내리려고 했던 플레그쉽 구매는 조금 더 미뤄야할 것 같습니다. 막상 x1 청음 해보고나니 HD600으로 무게가 쏠리는 느낌입니다. 나중에 싸게 뜨면 하나 지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