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깨서 지른 것 중 하나입니다. 슬슬 DT440이 질려서 다른 모델로 넘어갈까 고민중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DT440의 플러그가 꺾여버렸습니다. 대충 수리해서 쓰던 중 이번에는 오른쪽 유닛의 힌지가 부러졌더군요. 이렇게 된 거 AS나 맏기자 했더니 수리비용 약 7만원에 왕복운임을 지불해라더군요.... 아니 그깟 플라스틱 쪼가리 하나 바꾸는 데 7만원을 주라고? 그냥 9만원짜리 새 헤드폰을 샀습니다. 


Takstar는 대륙의 실수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헤드폰 메이커입니다. 실수의 원조 제품인 Hi2050부터 PRO80까지 가격 대비 좋은 품질과 소리를 자랑합니다. 사실 소리의 절대치는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유닛의 기본끼가 좋아서 튜닝을 해 봉인해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도 소유중인 Hi2050은 유닛 빼고 모두 튜닝[각주:1]해서 다른 헤드폰 부럽지 않은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탁스타의 신제품인 hd6000을 발견했고 항상 읽으면 뽐뿌가 온다는 루릭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궁금해지더군요. 그래서 질렀습니다.




대륙의 향기가 느껴지는 문양과 나름 준수하게 생긴 박스입니다. 검은색과 초록색으로 제품 디자인의 포인트를 잡아주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중국어를 패스하고 영어만 읽어봅니다. 뭐 좋답니다.




박스 내부와 구성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무 얇아서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야할 것 같은 실내화주머니 헤드폰 파우치를 제외하면 평범한 구성입니다.

연장 케이블은 무려 4미터랍니다. 역시 대륙




무슨 기준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나름 준수한 주파수 응답 그래프와 간단한 스펙이 적혀있습니다. 옴이 높고 음압이 그렇게 높지 않아 볼륨을 조금 더 올리셔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저 그래프와 소리는 별로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데...



사진빨을 안 받기도 하고 사진을 못 찍어서 이상하게 나오긴 했지만 실제로는 이쁘다기 보다는 간지가 납니다. 

방향을 표시한 R 문양에 돌아가는 각도를 마킹한 것, 깔끔한 플러그 디자인, 마감도 상당히 좋고 도장 상태도 무광 도장이 아주 고급스럽게 잘 나왔습니다. 공대틱하긴 하지만 어디 가서 안 꿀리는 품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만 헤드폰 옆 면의 굴곡문양은 그렇다 치지만 헤드밴드의 중국기운 넘치는 문양은 좀 에러네요.


허나 여기에서 짚고가야 할 가장 큰 문제는 헤드밴드입니다. 탁스타 이놈들은 직원이 모두 연예인급의 소두인지 헤드밴드를 최대한 늘려야 다른 헤드폰 기본 길이 정도 됩니다. 즉 저주받은 대두와 머리 상단과 귀까지의 높이차가 큰 경우 최악의 경우 헤드폰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저도 최대한 늘려서 겨우 착용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또한 요다현상이 심합니다. 거의 요다현상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머리 위쪽으로 툭 튀어나온 디자인이 착용감에는 도움이 될 지 몰라도 아웃도어에서 쓰기엔 상당히 흉합니다. 


처음 꺼내서 소리를 들었을 땐 "아 사기먹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 유명하신 분의 리뷰를 보면 '고음과 저음이 조금 강조된 플랫한 소리'라고 평을 해두셨던데 전혀 다르게 저음이 아주 빵빵한 소리였습니다. 겉모양 DJ 헤드폰 느낌 그대로였죠. 

조금 진정하고 다시 차근히 들어보니 저음은 여전히 많았고 중음은 이상하게 잘 나오고 고음은 좀 쏩니다. 이것 역시 전작들과 같이 개조를 통해서 튜닝이 가능할 것 같아서 수령 1시간 만에 분해 돌입.



여기서부터는 튜닝기입니다. 최종 결과물을 원하시면 아래쪽으로 내려주세요.



먼저 이어패드를 벗깁니다. 새거라서 탄성이 있지만 잘 찢어지지 않으니 과감히 벗겨주세요.




테이프로 고정한 필터는 제가 탈착 후 튜닝 중 임시로 고정한 것입니다. 원래는 접착제로 붙어있습니다.


탁스타의 전통(?) 검은 필터입니다. 저 필터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저게 치찰음을 잡아주는 용도로 설계되었는데 저것 때문에 청아한 고음을 잡아먹어 지저분한 저음으로 만든다는 평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의 경우 위 필터를 제거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중고음의 쏘임을 맛볼 수 있으므로 따로 자체적인 필터를 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냥 두시는 게 좋습니다.

또한 저 필터를 예전과 다르게 접착제(본드)를 떡칠을 해서 고정했더군요. 자칫하면 손상이 갈 수 있는 부분이니 만약의 탈착시에도 충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나사 3개를 풀고 유닛 내부로 갑니다.



아래쪽 빨간 내모의 큰 구멍은 탁스타 헤드폰을 좀 보셨더라면 친숙하실 겁니다. 위 구멍을 막음으로서 저음양을 줄이고 고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이건 개인적인 의견으로 필수적으로 해주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래도 저음이 여전히 많다면 위의 작은 내모 안의 구멍 4개를 하나씩 막아보시면 됩니다. 이 구멍도 아래 구멍과 같이 저음을 줄이고 고음을 늘리는 역할을 하나 2개 이상 막으면 고음이 심하게 쏴서 오히려 악영향을 줍니다. 1개 정도는 취향에 따라서 막으실 수도 있습니다. 전 최종적으로 하나도 막지 않았습니다.




본드칠 마감 ㅡㅡ;


저걸 흡음재로 불러야하나 싶을 정도의 얄팍한 스펀지가 있습니다. 뒷 부분에 덕트가 없기 때문에 큰 차이는 만들지 않겠지만 플라스틱 하우징이 공진하는 느낌이 있어서 저는 흡음재를 얇게 깔았습니다. 이 경우 흡음재가 많을(두꺼울)수록 고음이 줄어들고 저음이 늘어나는 편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용기입니다. 음색평가로 보시면 됩니다.



3일 동안 고민하면서 원하는 값을 찾아가는 도중 쓰면 쓸수록 저음양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계속 DT440을 레퍼런스로 기준을 둔 상태에서 청취했으니 귀이징 약간에 실제 소리가 변하는 정도 약간이 합해진 것일겁니다.

그래서 다시 순정 상태로 돌린 다음 평가를 위해 재청음에 들어갔습니다.


저음은 여전히 많습니다. 에너지 자체가 많이 느껴지는 소리인데, 이건 차음성을 위해 덕트를 막고 패드를 가죽재질을 사용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실제 유닛에서 나오는 저음은 아주 빠른 응답속도로 딱딱 치는 소리인데 패드가 이를 두리뭉실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소리가 모이다보니 저음이 과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극저역보다는 중저역이 거슬리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천패드로 교체하면 해결이 가능한데 아마 그러실 분은 극소수겠죠. 참고로 기존 PRO80도 기존 패드를 천패드로 교체하는 튜닝이 인기였습니다.



중음은 이 헤드폰에서 가장 신기한 부분입니다. 밀리는 것 같으면서도 밀리지 않는 소리. 특히 보컬이 가장 애매한데, 남여를 따로 가리지는 않지만 가수마다 묻히는 보컬도 있고 쏘는 보컬도 있습니다ㅡㅡ. 조금 낮은 톤의 여성보컬은 묻히고 조금 높은 톤의 여성보컬은 쏩니다.


아마 공감율 0%겠지만 

ClariS의 보컬은 묻힙니다. 

미즈키 나나의 보컬은 조금 묻힙니다.

토요사키 아키도 조금 묻힙니다.

Lia의 보컬은 평범하게 괜찮습니다. 

카야노 아이의 보컬은 약간 자극적으로 들립니다.

LiSA의 보컬도 자극적입니다.

유우키 아오이의 보컬은 쏩니다.


이런 결과가 벌어지는 이유는 보컬 영역의 주파수에 딥과 피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1k 이하대는 조금 묻히는 경향이 있고 2~3k대는 자극적으로 쏩니다. 이 부분은 위 튜닝기에서 구멍을 막으면 막을수록 심해지는 부분인데 순정상태에서는 저음에 묻히기 때문에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플랫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음은 필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소리입니다. 사람에 따라 쏘는 소리로 판단할 수도 있겠네요. 고음에 기복이 있는 것 같고 7~10k 부분에 약한 피크가 있어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데, 필터가 있는데도 이 정도의 고음이라서 탁스타의 이 고음이 트레이드마크가 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하지만 대부분 저음이 세서 양은 그렇게 많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V자형의 소리지만 저음이 강조되어 있다고 해도 되겠네요. 또한 밀폐형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검은 필터가 초고역을 잡아먹어서 그런지 시원한 소리는 아닙니다. 답답하지는 않고 꽤 자극적인데 뻗어나가는 느낌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 부분 역시 저역과 같이 패드를 천패드로 교체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장르매칭 : 

이 헤드폰이 진가를 발휘하는 음악은 보컬이 없는 인스트루먼트 음악입니다. 악기 배치가 좁고 저음이 살짝 강하긴 하지만 보컬보다 훨씬 안정적인 소리를 내주며 특히 클래식에서는 높은 해상도와 함께 좋은 매칭을 보여줍니다. 대편성 음악은 조금 힘들겠지만 4중주나 가벼운 전자음악들은 최적의 매칭을 보입니다.


락이나 메탈의 경우 메인기타의 멜로디가 자극적이라서 귀에 꽂힙니다. 그에 비해 드럼과 베이스의 존재감이 확실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보컬은 누구나에 따라서 잘 나올때도 있고, 생각보다 안 나올 때도 있습니다만, 남성보컬들은 거의 다 잘 나옵니다.


트랜스 등의 일렉트로닉은 아무래도 쏘는 고음이 거슬리는 편입니다. 그 중에서 비트에 사용되는 클랩 소리가 거슬립니다. 자극적인 음악을 더욱 자극적으로 만들어주므로 가급적이면 볼륨을 줄이시거나 긴 청취를 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외의 소리성향을 간단히 정리하면


해상도 : 상당히 높습니다. DT440이 밀릴 정도의 해상력으로 상당히 섬세한 소리까지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헤드폰이 돈 값 이상 하는 이유죠.


공간감 : 넓지 않습니다. 오픈형에 비하면 스테이징이 좁은데 이건 튜닝을 이렇게 한 건지 밀폐형의 한계인지 애매하네요. 문제는 그렇다고 소리가 앞에서 울리는 건 아닙니다. 이 역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합니다.


타격감 : 위에서 언급했듯이 유닛 자체는 상당히 단단하나 패드가 두루뭉실하고 풀어진 저음을 만들어냅니다. 탁탁 때리는 맛보다는 부드러운 큰 펀치라고 생각됩니다. 양은 많은 편입니다.


치찰음 : 필터를 써서 없에긴 했지만 그래도 몇몇 음원에서는 거슬립니다. 얘들은 치찰음을 없앨 생각이 없는건지, 아니면 그저 기술력이 부족한건지 모르겠네요. 전체적으로 이 회사 제품들은 치찰음이 있는 편입니다.



대충 이러한 성향이고 전 여기에서 패드교체, 각종 튜닝들을 통해서 조금 더 균형잡힌 소리를 만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거친 고음은 아직 해결하지 못했는데 차후에 천패드와 필터 조합으로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살만한가? 살만합니다. 평가가 고가 레퍼런스와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9만원대의 가격으로는 아주 좋은, 흔히 말하는 사기급 성능입니다. 단점이 있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눈 감아줄 만 합니다.


하지만 저음 울리는 소리가 죽어도 싫다는 분, 그리고 머리가 좀 크다 싶으신 분들은 이 헤드폰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전자는 오픈형 헤드폰을 찾아보시고 후자는 다른 친절한 헤드폰 회사를 찾아보세요. 


이제 슬슬 어정쩡한 헤드폰을 사지 말고 레퍼런스급을 하나 사야하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되는 시점입니다. 그런 시점에서 무턱대고 이걸 질러버렸고,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는데 그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다음에 헤드폰을 산다면 hd600, 아니면 그에 준하는 레퍼런스급(Fidelio X1) 정도를 노리고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위 두 헤드폰은 아무리 써도 질리지 않을 헤드폰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죠..





  1. (참고로 인터넷에서는 없는 독자적인 튜닝입니다. 구멍 막기와는 전혀 방향성이 다릅니다) [본문으로]